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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마음에는 고통이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산사순례를 하다보면 많은 행복을 느끼고 돌아 올 때가 많다. 새해 첫 순례지인 봉선사 순례 때도 매우 행복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먼 남도(南道)는 물론, 전국에서 새벽버스를 타고 오신 회원들의 얼굴들을 변함없이 새해에도 맞이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엇이 회원들에게 그토록 먼 길을 달려오게 했을까? 조용한 산이 순례객들로 들썩이고 산사가 법석인 광경을 보고 봉선사에 주석하고 계시는 스님들과 대중들도 깊은 감동을 받았던 것 같다. 감동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회원들이 가진 신심이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즐겁지 못하면 능히 해내지 못하듯이 신심이 바로 감동과 기적을 만들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것이 부처님의 감응이다.


나는 부처님이 열반하신 인도 쿠시나가라 열반당에서 봉양 받아온 진신 사리를 모시고 산사순례를 다니고 있다. 향로에 담긴 진신사리는 곧 부처님과 다름없다. 그래서 우리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부처님을 손수 모시고 공양을 올리고 기도를 드리는 것과 같다. 봉선사 회주이신 밀운스님께서도 “선묵혜자 스님의 손은 진신사리를 모시고 다니는 손이기 때문에 스님의 손을 잡으면 모든 집안이 행복하고 건강해 질 것이며 서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씀까지 하셨던 것이다.


사실, 기도를 하는 마음에는 춥고 더운 것이 없다. 기도를 많이 하는 사람의 마음은 한없이 맑다. 그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하심(下心)을 깨치게 된다. 겸손을 모르는 사람은 부처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산사순례는 곧 마음을 비우는 긴 수행과도 같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산사순례는 건강에도 매우 좋다. 현대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 중 가장 큰 원인은 비만과 스트레스라고 한다. 산사순례를 다니면서 새로운 법우들을 만나서 웃고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부처님 전에 참회의 기도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제중이 빠지고 건강한 몸을 유지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낄 것이다. 실제로 어떤 보살님은 “몸이 약해 처음에는 순례를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꾸준히 다니기 시작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몸도 가벼워지고 건강이 좋아져 부처님 앞에 서면 늘 마음이 편안해 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순례 오는 날만 생각하면 마음이 흐뭇해지고 절로 미소가 번진다.”라고 신행수기를 보내오기도 했다.


어디 그것뿐인가. 산사에 가면 도심 속에서 맛볼 수 없는 자연의 세계를 눈으로 보고 느끼고 만끽할 수 있다. 봄이면 향기로운 나무와 꽃, 여름이면 지저귀는 새소리, 흐르는 물소리가 귓가에 닿고 가을이면 짙게 물든 낙엽, 겨울이면 눈 덮인 산악의 절경을 보는 것 또한 자연이 빚어내는 관음(觀音)이다. 자연이 가진 제 색깔을 사계마다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108산사순례 회원들이 느끼는 하나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부처님 전(殿)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참회의 기도를 하는 순간, 마음은 그지없이 편안해 지고 삶의 진정한 길이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삶은 스스로 가두게 되면 불행해진다. 행복이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의 삶에 갇혀 벗어날 줄 모르는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떠나는 이 긴 순례는 행복을 찾는 길인 것이다. 이렇듯 한 생각을 바꾸게 되면 자신의 삶도 바뀌게 된다. 그것을 배우는 것이 바로 ‘108산사순례’이다.


우리 산사순례회원들은 반드시 ‘108염주를 모두 만들겠다는’ 투철한 자기 결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기 결단이 있는 사람은 그 어떤 일도 훌륭히 해낼 수가 있다. 산사순례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곧고 굳은 마음가짐이다.


▲선묵 혜자 스님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나눔과 봉사에는 그 어떤 보상도 없지만 그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보상은 뿌듯하고 흐뭇한 자신의 마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장병들에게 초코파이를 전하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올해도 열심히 산사순례를 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감응이 있고 가피도 있는 것이다.
 

선묵 혜자 스님 108산사순례기도회 회주·도선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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