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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으로 점철된 우리의 자화상

기자명 강행원
  • 법보시론
  • 입력 2012.02.06 11:31
  • 수정 2012.02.06 11:40
  • 댓글 0

세상 돌아가는 것을 개의치 않고 오로지 정진만 하고 사는 수행자의 삶이 그립다. 더욱이 이점은 순치황제의 시에서 느끼는 출가의 삶이 얼마나 숭고한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까닭이다.


‘산하대지 모두 얻어 내가 주인 되었어도/ 나라근심 민생걱정 일만 더욱 번거롭다./ 백년을 헤어보니 삼만육천 날들인데/ 승가절집 한가로운 반나절만 못 하구나.


그는 중국천하를 제패한 대제였음에도 통일 위업을 바둑한판 승부에 빗대고 왕위를 버렸다. 마치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을 뿐, 이 몸뚱이는 금생뿐인 일과성의 허무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실이지, 특히 시사에 관한 정치 경제 분야의 뉴스를 보면 온통 부정적인 얘기들뿐이다. 2012년은 ‘정치의 해’라고 불린다. 총선, 대선이 함께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불가에서도 많은 교구본산 주지 선거가 연이어 치러지는 해라고 한다. 선택의 인과가 지금처럼 나라가 절망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민을 위하여 성공한 정책은 무엇일까? 전무하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할지 모른다. 가장 소아병적인 실패는 청와대에서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민주국가에서 해서는 안 되는 언론을 장악한 꼼수 편향정치였다. 반면에 가장 큰 성공은 젊은이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선거에 참여하게 된 점이다.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정신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국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약속이 실종된데 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뽑힌 통치자 치고는 건국 이래 가장 나쁜 점수가 역사적으로 기록될 대통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북문제의 소통경색으로부터 4대강, FTA 등등에 이르기까지 MB정부의 정책실패는 불을 보듯 뻔 한 결과였다. 세부적인 얘기는 지면상 각설한다. 하지만 정부는 건국 이래 가장 수출을 많이 한 1조원 시대를 열었다고 치적을 내세운다. 이는 대학 등록금을 비롯해 물가가 사상 최고로 앙등한 것에 비하면 홍보할 일이 못된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 분배구조는 돈과 권력이 나눈 그들만의 찬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민생은 IMF경제위기를 겪을 때 보다 훨씬 더 나빠졌다.


부패한 냄새는 빙산의 일각인 여당 대위원경선 돈 봉투 사건까지 불거져 한마디로 그 치적에 연민이 간다. 검찰은 야당의원들도 경선 돈 봉투와 무관하지 않음을 포착했다고 메스를 들이데 엄포의 물 타기를 하고 있다. 참으로 높은 도덕성이 필요한 검찰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치가 요지경이 된 여·야 현역의원들에게 국가와 민생을 위한 진정한 정치를 구현한 이가 있었는가를 묻고 싶다. 민심으로부터 버려진 정치인들의 쇄신언변은 정당명들을 바꾸면서까지 다시 살아남으려는 온갖 처방전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구조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이 또한 국민을 속이는 세뇌의 결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시류는 신성한 불교 교단까지도 오염돼 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지난25일 KBS 9시 뉴스에서 “범어사 주지에 출마 의사를 밝힌 스님이 투표권을 가진 스님 370명에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돈을 뿌렸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사실이라면 부패한 정치인들 뺨치는 수준이다. 범어사, 백양사, 해인사, 은해사, 직지사 등 조계종단 교구본사들의 산중 선거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승단전체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승속을 막론하고 불신으로 점철된 사회적 병리현상은 비단 선거과열만의 오염이 아닐 것이다. 오탁악세에 수행자가 수혈하는 청정수 역할기능은 어디가고 오히려 그 악세를 답습한 꼴이다.


▲강행원
이렇게 되면 교단의 여법한 부처님 가르침의 교설은 공염불이 되어 불심이 삼보를 떠나는 공허로움에 빠질까 두렵다. 벼슬도 아닌 주지소임을 권력으로 여겨 빚은 결과는 변명이나 참회의 여지가 없다. 부설거사의 게송처럼 ‘벼슬길에 올랐어도 머리는 이미 백발이다. 염라대왕은 벼슬과 영화를 두려워하지 않나니(爵位高己白頭 閻王不佩金魚)’, 출가자의 사명은 무상심을 일깨워 용맹 정진하여 청정수가 되는 길 말고 또 무엇이 있으리.
 

강행원 한국화가 yoonsan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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