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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리는 왜 항아리에 들어 있는가?

만고의 진리 탄생 예고하는 사리그릇

껍질 깨져야 새생명 탄생
깨달음 얻는 과정과 같아


알모양 용기 조성된 이유
사리항아리, 자궁에 비견

 

 

6. 연화병머리초 단청에서의 석류동과 항아리 민주점. 울진 불영사.

 

 

우리 사리는 대부분 항아리에 들어있다. 탑의 사리는 속 항아리에서부터 바깥 함까지 겹겹으로 고이 모셔져 있다. 금이나 은제 항아리, 혹은 녹색 유리 병(목이 좁고 긴 것을 병이라 한다) 속에 들어있다(그림1, 그림2). 모두 다 당시에는 최고로 귀한 물질이었다. 왜 항아리일까?


인도에서는 물이 귀하다. 몬순기(6~9월)의 여름 몇 달을 제외하고는 가뭄이 심하다. 그러므로 앞으로 볼 석굴사원은 반드시 물 저장 수조가 필수다. 또 지하 우물의 깊이와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바올리’라 부르는 지하 계단 우물로서 지하 7층까지 깊이의 우물 궁전도 있다.


인도 여성들이 똬리 받침하고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어오는 모습은 우리와 똑 같다(그림3). 다만 우리 물동이는 아구리가 넓어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바가지를 엎어서 이고 가는데 인도 물동이는 세로로 길고 아구리가 좁게 한두 번 오므려져 있다. 아마 이동 거리가 우리보다 멀어서 그런가 보다. 수 백 개의 언어 국가 인도에서 물 항아리는 칼라샤, 가타, 쿰바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물 항아리는 힌두 신전 지성소 위 높은 첨탑 꼭대기에 반드시 올라앉는다(그림4). 물이 귀하므로 물 항아리는 귀함 자체를 상징하게 되었다.

 

사리는 고귀하므로 역시 고귀한 항아리에 모시게 되었다. 우리 사리용기가 탑의 원조 인도 스투파의 알 모양으로 된 것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그림5). 스투파의 둥근 부분이 밥그릇 엎어놓은 복발(覆鉢)이 아니라 바로 알, 즉 필자 명명 불란(佛卵)임이 다시 입증된다.

 

여기서 우리나라 절에 가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아무도 모르는 수수께끼의 단청 그림을 해석해 보자. 단청 장인들이 연화(蓮花)머리초 또는 병머리초라 부르는 핵심 문양이다(그림6). 기둥과 기둥을 서로 연결하는 창방, 혹은 그 위 도리 부재, 드물게는 서까래에도 그려져 있다. 연꽃 모양 받침위에 석류모양 그림이 있고 석류 한쪽 끝 터진 곳에서 공 모양이 반쯤 삐죽이 내밀고 있고, 다시 그 끝에 하얀 점이 똑 찍혀있다. 단청 장인들이 대대로 물려오며 석류모양을 ‘석류동,’ 공 모양을 ‘항아리,’ 흰 점을 ‘민주점’이라고 부르고 있으나 그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냥 뜻 모를 단어만 나열되고 있다. 필자는 탑의 원조 인도 스투파와 그 속에 사리 알을 품고 있는 항아리에서부터 그 의미를 해석해낸다.

 

 

 


▲ 5. 스투파 알 모양 사리기. 호암미술관.
항아리 ‘동(垌)’자의 석류 항아리는 과연 무엇인가? 마치 잘 익은 석류가 터져 알이 나오는 모습과 흡사한 그림이지만 사실적 식물 석류가 아니라 바로 알집이 터져 알이 나오는 장면이다. 민주점은 단순 점이 아니라 바로 알이다. 생명 탄생 과정의 시작에서 사람도 다른 동물, 식물과 꼭 마찬가지로 여성의 깊숙한 자궁 속에서 알이 알집으로부터 터지며 나오게 된다. 이 장면은 과학도구 내시 현미경으로 밖에 볼 수 없으나 대신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거북이 모래 구덩이를 파고 항문을 내밀어 알을 낳는 장면을 보면 된다.


그런데 석류 끝에 알이 바로 나오지 않고 항아리라고 이름붙이는 공 모양 문양은 무엇인가? 바로 추상화된 부처님 유골 사리 알을 담은 항아리 알인 것이다. 공 모양 항아리는 곧바로 사리를 담은 항아리이자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오류명칭 ‘복발’의 원래 인도어 ‘안다’의 ‘알’이다. 즉 필자가 오류를 수정하여 새롭게 작명한 ‘불란(佛卵)’이다. 즉 사리 알이 항아리에 담겨지고 항아리는 다시 곧 스투파인 바깥 알, 불란에 최종 담기게 된다. 항아리는 흰 점, 즉 속에 든 사리 알을 낳게 된다.

 

갈라진 틈에서 노란 점이 하나 더 나오고 다시 그 바깥에 파동으로 번지는 겹겹 곡선 문양의 갈라진 틈에서 두 개의 항아리와 알이 솟아난다.‘갈라진 틈’은 바로 새끼가 나오는 여성 생식기의 다른 이름이다. 동물에서는 ‘새끼’가, 식물에서는 ‘싹’이 나오게 된다. 포유류 동물에서 어미 뱃속의 알 속에 든 새끼는 알이 미리 깨지면서 갈라진 틈으로 새끼가 나오게 되어 알의 존재가 마치 없는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생명을 탄생 시키는 과정상 식물의 알도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다(그림7).


부처님 사리는 인도에서 가장 귀한 물 담는 항아리에 모시고 사리 항아리는 겹겹이 바깥 함으로 쌓여 최종 스투파 둥그런 불란의 알로 마감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알은 단순히 묻어두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알은 껍질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새 생명 탄생이 바로 알의 목적이다. 마찬가지로 묻어둔 부처님 사리 알은 알집을 깨고 세상 만방으로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 바로 문제 단청 그림이 말하는 바이다. 부처님의 진신 사리는 생명의 알로 상징되어 새로이 깨어나 진리의 말씀이 만방으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


▲이희봉 교수
다음 호에서는 불교의 중요 문양 만병(滿甁) 즉 ‘가득찬 항아리’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교수 hblee@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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