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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창조론

우연론·창조론은 논리적 모순
불교는 연기론적 생성론 주창

기독교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책상은 목수가 없었으면 존재할 수 없고 화병은 옹기장이가 없었으면 존재할 수 없듯 세상도 창조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창조신을 부정하면 책상과 옹기가 스스로를 만들었다는 논리처럼 모순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불교에서는 세상 스스로가 세상을 만들었다는 논리 역시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이 다른 존재에 의해 지어졌다는 논리도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한다. 만약 그들의 논리대로 라면 세상을 만든 신 또한 만든 자가 있어야만 존재한다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고 만다는 것이다.


불교 이론에 따르면 기독교와 같이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자재신화작론(自在神化作論)’이라 하고, 세상 스스로가 스스로를 만들어 냈다는 우연론을 ‘무인유과론(無因有果論)’이라 하는데 불교는 이 둘을 모두 사견으로 보고 단호히 배격한다.


불교 쪽에서는 창조주에 해당하는 신으로 두 종류를 설정한다. 하나는 범신론(汎神論)이요, 또 하나는 인격신론(人格神論)이다. 여기서 범신론이란 세상 모두가 그대로 신이라는 이론이고, 인격신론이란 세상과는 독립되어 있으면서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라는 이론이다. 불교경전에 보면 세상을 창조했다는 신들의 이름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신이 대범천(大梵天)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다. 이 두 신은 모두 천지만물을 지은 창조주로서 본래부터 있어온 신이다. 이 두 신 가운데에 대범천은 범신론적 성격을 띤 신이고, 타화자재천은 인격신론적 성격을 띤 신인데 기독교의 야훼가 타화자재천에 해당하는 신이다.


기독교의 신 야훼가 인격신임을 강조하면서 범신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로 만약 신이 자연 만물과 하나라면, 첫째 신도 자연과 만물처럼 변하여 영원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고, 둘째 세상의 악이 신의 일부가 되어 신의 수순성에 흠결이 간다는 것이며, 셋째 인간 개개인의 특성과 정체성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창조신은 어디까지나 만물과 떨어져 있으면서도 만물을 자유자재할 수 있어야하고 인간처럼 생각과 감정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와 같은 신들 그것이 범신이건 타화자재천신이건을 막론하고 모두 존재할 수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창조론 역시 성립될 수 없다고 본다. 불교에서 이들 신과 함께 창조론을 부정하는 이유는 불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기론(緣起論)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연기론이란 모든 법은 혼자 발생하지 못하고 반드시 어떤 조건을 통해서만이 발생한다는 교설이다.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의 줄임말로 원인과 조건을 통해 생기고 일어난다는 의미다. 가령 눈앞에 불이 타고 있다고 할 때 그 불은 절대 스스로 발생할 수는 없고 연료와 공기라는 조건에 의지해서만이 발생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은 언제나 다른 것들에 의지해서 발생한다. 모든 법의 소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독교의 신은 이 같은 불교의 진리와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고 신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우주만물은 창조된 것이 아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신과 우주만물은 스스로에 의해서도 만들어질 수 없고, 다른 존재에 의해서 만들어질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원인 없이 만들어질 수도 없다.


연기론에 의하면 현재의 결과는 앞의 원인에 의지하고 앞의 원인은 그 앞의 원인에 의지하여 다함이 없다. 끝없이 원인과 결과가 서로 상속하여 다함이 없으니 최초의 원인을 찾을 수 없고 최초의 원인을 찾을 수 없으므로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진 세상 만물의 시작과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열 법사

중중무진(重重無盡)이니 무시무종(無始無終)이니 하는 용어가 연기설에 바탕을 두고 나온 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굳이 불교에서 어떤 법칙에 의해 만물이 생겨났느냐고 묻는다면 연기론에 입각한 생성론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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