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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한 군(郡) 정도가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움직이는 ‘세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혼도 그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고 대화 주제도 그 구역 내에서 일어난 일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상이 좁아져서 지구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내 삶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아프리카나 남미 아마존 밀림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얼마뒤면 내 이웃들 위협하고 멀고 먼 나라의 정치 불안이 곧바로 내 가계부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니, 그곳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최근의 연구 결과로는 여섯(6) 단계를 지나면 전 세계의 누구와도 연결이 되고, 우리나라 안에서는 3.6단계만 건너가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연결이 된다고 한다. 이메일 친구에게 보낸 한 줄짜리 편지가 단 며칠 사이에 전 세계의 700만 명에게 전달될 정도로 인간관계의 연결 속도가 빨라지고 연결 범위가 넓어졌다.
치명적인 전염병이나 컴퓨터 바이러스·금융위기가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고, 튀니지의 젊은 노점상 사망으로 시작된 오렌지 혁명이 아랍세계에 민주화 물결을 일으키는 것도 눈 깜짝할 사이이다.
물리학자이며 사회학자인 던컨 와츠는 작은 불씨 하나가 맹렬한 산불을 일으키고 짧은 구간의 송전선 위에 나뭇가지가 걸려 불꽃이 튀면서 일어난 사고가 전 미국에 정전사태를 일으켰던 사건에 주목하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수학·물리학·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 전공자들과 팀을 구성해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인간 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독점 시스템은 그만큼 위험도가 높고, 이 세상에 100% 완벽한 시스템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복잡한 시스템에는 약점이 있고, 세계 최고의 정비 기술자라고 해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결함까지 미리 알아내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절망적으로 들리겠지만, 우리가 제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언제인가 시스템 장애는 일어나게 되어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 9월에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이다. 이 사고는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이 어떻게 견고한 동시에 허약할 수 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 사건들이 어째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지’ 등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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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