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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지리산 화엄사의 추억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02.20 15:12
  • 수정 2012.02.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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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특히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겹쳐있어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 소식이 쏟아진다. 새삼 말할 나위 없이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입법부와 행정부에서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법을 만들고 집행할 ‘대표’들을 선출하는 일이기에 선택의 기준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문득 5년 전이 떠오른다. 지리산 화엄사로 현산 스님을 찾았을 때다. 스님과 인터뷰하던 끝자락에 세속의 이야기가 나왔다. 많은 국민이 대기업 CEO출신인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살리리라고 믿고 있어서 그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드렸다. 스님의 우려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명박 씨가 부자로 성공했으니, 자신들에게도 부자는 아니지만 뭔가를 줄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이명박 후보가 위장 전입을 하고 자식들은 위장 취업을 한 사실이 터져도 지지율이 여전히 높지요. 세상이 힘들수록,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제를 바르게 펼 사람이 필요한 데요. 국민들이 그걸 몰라요. 돈으로 모든 게 다 된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지요. 설령 이명박 씨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문제는 더 커질 수 있어요.”
이명박 정권이 임기 말로 들어선 지금 현산 스님의 법문은 더욱 빛난다. 당시 스님이 한국 사회가 이명박 같은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할 때 표정은 연민으로 가득했다. 스님은 자비(慈悲)에 ‘슬픈 비’(悲)가 쓰인 까닭은 불쌍하게 여긴다는 뜻이며 “거짓을 말한다고 해서 이명박 씨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씨도 가난하게 컸으니 돈을 많이 벌고 싶고 욕심이 클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론은 명쾌했다. 현산 스님은 “국민이 정신 차릴 때”라고 강조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가 2007년 12월이었는데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우리 국민은 과연 정신 차렸는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제를 바르게 펼 사람이 필요하다”는 고승의 5년 전 가르침은 지금도 유효한 게 아닐까?


기실 그 시점에 싱크탱크 책임자로서 나 또한 이명박 후보는 결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글들을 여기저기 기고하며 강연 다니고 있었다.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사실은 과학적 필연이었다. 그럼에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이명박 후보의 ‘국민 성공시대’가 마치 실현가능한 것처럼 여론화해나갔다. 심지어 종단의 몇몇 스님들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그렇게 말한 언론인들과 종교인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지금 성찰하고 있을까. 오늘의 시대를 정견과 연기의 가르침에 따라 꿰뚫어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그동안 글로벌 시대를 줄곧 주창해온 사람들은 경쟁을 부르대며 언제나 ‘신자유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모든 걸 시장에 맡기자는 논리 아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실물경제를 ‘금융화’했다. 그 결과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너나 할 것 없이 탐욕으로 물들어가는 비인간적 체제를 낳았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할라치면 저들은 언제나 세계가 모두 그렇게 가고 있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해온 바로 그 체제, 미국식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부익부빈익빈은 심화되었다. 그렇다면 다시 선거정국을 맞은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손석춘

누가 고통 받는 서민들의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인지 충분히 토론하고 그것을 나눠야 옳지 않을까. 지리산 현산 스님의 법문이 다시 떠오르는 까닭이다. 과연 우리 국민은 지금 현실을 정확히 보고 있을까.

 

손석춘 언론인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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