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 상투 속 보배 구슬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국가권력은 국민 신뢰와 존경에서 성립

 

 

 

‘법화경’ 제14 안락행품에는 전륜성왕 상투 속의 보배구슬 비유가 나온다. 강력한 전륜성왕이 위력으로 제국을 항복시키려 할 때 소왕들이 그 명을 따르지 않으면 군대로 그들을 정벌하되, 그 병사들의 전공에 따라 다양한 상을 내렸다. 그러나 오직 자신의 상투 속 보배 구슬은 주지 않다가 전투에 결정적인 전공이 있는 사람에게 마침내 그 상투속의 보배를 주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모든 경전을 다 설하고 나서 최후에 ‘법화경’을 설한다는 비유이다. 전륜성왕은 범어로 Cakra-varti-rājan의 한역이다. Cakra는 수레바퀴를 뜻하며, varti는 vartin의 합성어로 ‘굴리다’는 뜻이다. 그리고 rājan는 왕의 뜻이다. 곧 수레바퀴를 굴리는 왕이라는 뜻으로 전륜성왕으로 한역되었다.


출세간에서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려 중생들을 제도했다면, 세속에서는 전륜성왕이 위엄과 덕으로 세상을 통치하여 태평성대로 만드는 성군에 비유된다. 우리나라 조선왕조의 세종대왕이 전륜성왕에 비견되는 성군이 아닐까 싶다. 초기경전에는 아시따선인의 예언이 나온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태어나시자 선인이 찾아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린다. 부처님의 부왕인 정반왕이 불안해하며 왜 우는지 그 이유를 묻자, 아시따선인은 부처님께서 세속에 계시면 전륜성왕이 될 것이며, 만약 출가한다면 부처님이 되실 것이라 예언한다. 세속을 위엄과 덕성으로 다스리는 성군은 전륜성왕이며, 출가하여 진리로 중생들을 행복의 세계로 인도하는 분은 부처님이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중요한 재판들은 거의 대부분 왕이 직접 하거나 왕의 재가를 받는 절차를 거쳤다. 그 재판의 내용들이 ‘조선왕조실록’에 무수히 나온다. 그 대표적인 내용은 조선7대 임금인 세조대에 사소한 일이라도 관리들이 사찰에 직접 들어가서 조사를 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임금에게 사전에 보고하여 허락을 받고 난 후에 사찰에 들어가서 범죄 사실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임금에게 다시 보고하면 임금이 직접 처결하여 그 결과를 통보하는 형식이었다. 불교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 살인 사건 등 중요한 재판은 임금이 직접 주재하고 있다. 심지어 ‘세종실록’을 보면 결혼의 연령에 대해서 논의한 상소를 보고 결혼 연령을 처결한 내용까지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은 입법, 행정, 사법권이 엄격히 분리되어 서로 견제와 균형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사법부는 법관들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신분을 보장하고 외압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급기야 일명 ‘도가니법(성폭력범죄 처벌특례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그 외에도 영화 ‘부당거래’나 ‘부러진 화살’ 그리고 최근에 개봉하여 20일 만에 관객 수 350만 명을 돌파한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여기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조폭들과 검사들의 부정한 수사무마청탁과 뇌물수수 관련된 내용들이다.


최근 법률전문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시민법의식 여론조사는 사법부나 검찰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불신이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1106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4.45%가 선관위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에 대해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법원이 불공정 재판을 한다고 답한 비율도 77.22%로 나타났다. 그리고 판사나 검사의 범죄를 수사하는 특별수사청 신설에 81.28%가 찬성했다. 일반시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나타난 여론조사다. 물론 여론조사로 사법부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국민들 대부분의 의식 속에 이러한 흐름이 형성되었다는 데에 사법부가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법관이나 검사 중에는 엄정한 법집행과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서 노력하는 훌륭한 분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이 점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검찰이나 법원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대기업이나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관대한 잣대를 대고,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고 일반시민의 상식적인 기준에서 생각해 볼 점은 없는지 깊이 고민해야 될 것 같다.

 

▲법성 스님
전륜성왕이 세속의 이상적인 군주로 불교경전에 표현된 것은 그가 권위와 무력만으로 세상을 통치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을 사랑으로 어루만지고 덕으로 세상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법관이나 검찰의 권위와 막강한 권력도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의 기반 위에서만 비로소 성립될 것이다. 입법부와 통치권자인 대통령도 결국 국민의 선거를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들이 잠깐 동안 위임한 것이다.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