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사성제와 사회적 고-2
29. 사성제와 사회적 고-2
  • 이도흠 교수
  • 승인 2012.03.05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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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고통은 사회관계에서 발생
개인 고만 멸하라는 건 공허한 이야기

이렇게 삶 자체가 고통이고 세상이 불난 집이며 인간 존재의 속성 자체가 고라면 우리가 이에서 벗어나는 길은 없는가? 답은 간단하다. 불난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이다. 모든 고가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되니 이를 버리고 정진할 일이다.


고통을 멸하는 길이 7과(七果) 37도품(道品)이며, 그 중 8정도(正道)는 이의 요체이다. 무명에서 노사(老死)에 이르는 12연기의 실상을 올바로 보고[正見], 모든 것이 서로 조건이 되고 관계를 맺기에 무아이고 공임을 올바로 사유하며(正思惟), 진리에 부합하는 말만 구사하며[正語],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행위와 실천만을 하며[正業, 正命], 일체의 나쁜 마음을 끊어버리고 선을 닦아[正精進], 진리를 명확하게 터득하여[正念], 지혜로 마음을 고요히 집중하여 선정을 올바로 하는 것[正定]이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루는 길이다.


그럼 모든 탐욕과 집착과 무지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면, 8정도를 실천하면 고통은 정녕 사라지는가? 4고든, 8고든 이는 실체적이고 개인적인 고에나 해당될 뿐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소설에서나 가능할 뿐,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는 한 시도 살 수 없다. 대중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물신(物神)의 노예가 되어 돈의 탐욕으로 심신이 괴롭고, 물화(reification)하여 인간을 사물처럼 대하고 서로를 소외시켜서 극심한 고통 속에 있는데, 스님이 개인적 고를 멸하라고만 말씀을 하신다면 신도들은 얼마나 공허하겠는가.


모든 고는 사회적이다. 남에게, 무시당하여, 미움을 받아서, 맞아서, 욕을 먹어서, 비난을 받아서, 빼앗겨서, 사랑받아서 괴롭다. 남을, 무시해서, 미워해서, 때려서, 욕해서, 비난해서, 빼앗아서, 사랑해서 편치 않다. 남이 없다면 이런 고통도 없다. 그 남은 원수나 적만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부부와 형제처럼 가까운 이이기도 하다. 외려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에게 많은 고통을 안긴다. 그리 남과 살아가려니 고통이 따른다.


많은 이들이 늙고, 병이 들고, 죽는 고통은 남과 상관이 없이 개인적이고 존재론적인 고통이라 생각하지만, 이 또한 사회적이다. 남이 없을 때 늙는다는 것은 그저 생명체의 순환 과정으로 고통을 주지 않는다. 남이 있어서 남보다 늙어 보이는 것이 괴롭고, 남과 어울려 놀고 운동을 하다 보니 늙음이 한스럽고, 늙었다고 받는 무시와 경멸이 가슴을 후비고, 남의 눈을 의식하여 젊어 보이려 화장을 하고 좋은 것을 먹고 성형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병도 사회적이다. 병이란 세균이 내 몸에 침투하여 내 몸의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남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내 몸은 대개의 경우 그 세균을 충분히 물리치지만, 남과 더불어 지내며 생긴 스트레스에 지친 몸은 몇 마리의 세균의 침입에도 견디지 못하고 병이 든다. 세균을 옮기는 것도 남이요, 그 세균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회와 국가의 역량과 조치에 따라 병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국가의 질병관리 및 예방시스템에 따라 병은 창궐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어느 상품의 광고 문구처럼 피로는 간 때문이 아니다. 우리를 일터로 몰아놓고 쉼 없이 일하게 하고, 타인과 경쟁하게 하고, 아무런 죄 없이 해고하고, 그에 항의하면 감옥에 가두는 자본주의 체제와 그를 폭력과 이데올로기에 기대어 유지하려는 국가 때문에 피로한 것이고, 피로한 몸은 병균이 싹을 틔우기 좋은 텃밭이다.

 

▲이도흠 교수

죽음도 마찬가지다. 남이 없다면 죽음은 육신의 소멸일 뿐이다. 남이 있어서 남의 죽음이 안타깝고, 남은 이들을 생각하기에 나의 죽음 또한 한스럽다. 또, 내 죽음에 주변의 사람과 사회와 국가가 영향을 미치고 관계한다. 교통사고나 살인, 병은 물론이고, 조용히 내 집 안방에서 맞는 죽음조차 타인이 관계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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