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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훌륭한 의사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상황에 따른 다양한 방편으로 중생 치유

 

 

 

‘법화경’에는 7가지의 대표적인 비유가 나오는데, 그것을 법화칠유라 부른다. 법화칠유의 유래는 세친논사의 법화경 주석서인 법화경론에 최초로 등장한다. 법화칠유의 마지막 비유가 제16품 여래수량품에 나오는 ‘훌륭한 의사의 비유’이다. 그 내용은 이렇다. 조선시대 동의보감을 만든 허준과 같은 명의가 있었는데, 그의 아들들이 독약을 먹고 중독되었다. 비교적 중독 정도가 가벼운 아이들도 있었고, 심각한 아이들도 있었다. 해독제로 치료하자 증세가 가벼운 아이들은 약을 먹고 모두 치유가 되었지만, 중증인 아이들은 약 자체를 먹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해독제를 먹도록 당부한 후 해외로 출장을 떠난다. 그리고 얼마 후 외국에서 자신이 죽었다는 전갈을 집으로 보낸다.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아이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그 약을 복용하여 병을 고친다는 비유다. 물론 여기서 훌륭한 의사는 부처님을 의미하며, 독약으로 정신이 혼미한 아이들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살아가는 우리 중생들을 뜻한다. 중생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명의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가벼운 증상의 아이들은 약으로 치유하지만, 중증의 아이들에게는 죽음을 알리는 충격요법을 사용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고 그 연후에 해독제로 치료한다. 중생들의 상황과 능력에 따라서 다양한 방편으로 병을 고친다는 비유가 바로 법화칠유의 마지막인 의사의 비유이다.


이제 곧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다. 작년부터 대학가에서는 집권여당의 대선공약인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라며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왔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이 선거를 통해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도 대학생들이 그 주장을 폈고, 올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슈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집권 여당에서는 ‘공식적인 대선공약이 아니었다’라고 한 발 빼고 있다. 단지 대선 때 선거전략으로 ‘등록금 절반인하위원회’를 설치 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2012년 전국 186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4.48%이며, 서울 지역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 인하율은 평균 2%대이다. 서울시립대만이 전격적으로 반값 등록금을 실시했다. 각 정당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2조에서 최대 3조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한다. 미국은 대학등록금이 천차만별이다. 주마다, 대학마다 다양하며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은 학비만 연간 3000만원을 능가한다. 그러나 장학금제도나 저리의 학자금 대출제도가 잘 되어 있다. 독일은 2006년부터 대학학비가 책정되었고, 한 학기 75만 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주마다 대학마다 다르며, 학비를 폐지하는 주가 늘어가는 추세라 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도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 일본 중국 등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나 경제적인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학의 반값 등록금을 쉽게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서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면서 젊은 층의 표를 공략하다가 선거가 끝나면 관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는다. 독일은 30%, 미국은 40%, 일본은 50% 정도라고 한다. 지나치게 대학 진학률이 높다.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하려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한다. 이 단어는 1869년 프랑스 시인이자 비평가인 생트 뵈브가 최초로 사용한 말에서 유래한다. 그 뜻은 세속적인 생활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오직 순수하게 학문을 사랑하고 전념한다는 뜻이다. 지금 대학가에서는 상아탑이 아니라, 소 팔아서 공부한다고 하여 우골탑이라 하다가 이제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한다고 하여 등골탑이라는 자조 섞인 탄식을 하고 있다. 작년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보면 대학생들의 대부업체 대출현황은 4만7945건이나 되었다. 학비와 생활비 때문에 학업을 해야 할 학생들이 생활전선에 내몰리는 것도 모자라 사채시장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당국 그리고 우리사회가 반값 등록금은 당장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학비인하와 장학금 혜택의 확충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사회란 청년의 미래가 밝은 사회가 아니겠는가!


▲법성 스님
국가나 대학이 법화경에서 말하는 훌륭한 아버지 의사가 되어, 생활고에 피폐해진 학생들을 치유해주기를 기원해 본다. 어진 의사의 비유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아닐까! 더 이상의 칼리지 푸어(college poor)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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