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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임금님 수라상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넘치는 음식 분배해 소외계층 구제

 

 

 

 

‘법화경’에는 크게 4부분의 비유가 있다. 첫째는 경전 전체 내용을 흰 연꽃에 비유로 설명하고 있는 경전의 제목이다. 두 번째는 세친 논사가 ‘법화경론’에서 설한 법화칠유로 ‘법화경’의 대표적인 7가지 비유다. 세 번째는 ‘법화경(묘법연화경)’ 7가지 비유 이외의 다른 12가지 비유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묘법연화경’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범어 법화경이나 정법화경에 등장하는 4가지 비유가 그것이다. 앞서 연재를 통해 경전 제목인 백련의 비유와 법화칠유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앞으로는 세 번째 부분인 12가지 비유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가 대왕선의 비유, 즉 임금님 수라상의 비유이다. 이 비유는 수기품의 운문에 등장한다. 그 내용을 보면 흉년이 든 나라에서 온 배고픈 거지가 임금의 진수성찬을 보고 감히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안심하고 마음껏 먹으라”는 임금의 지시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음식을 먹는다는 내용이다. 이 임금의 지시는 부처님이 중생들에게 미래세에 부처가 되리라는 수기를 내린 것에 해당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배고픈 거지에게는 찬 밥 한 끼도 고마운 것인데 하물며 임금님의 수라상을 받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할 엄청난 행운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양극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부유한 1%의 탐욕스러운 소수 자본 권력에 대해 가난한 99%가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점점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급기야 얼마 전 대통령의 질타가 있자 대기업 총수의 가족들이 빵집이나 외식업 그리고 수입자동차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여덟 개 재벌그룹의 2세, 3세들이 17개사에 이르는 중소기업 업종에 진출했다고 한다. 그리고 22개 재벌그룹의 계열사 74개사는 식음료 소매점과 수입품 유통점 그리고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등 중소기업 영역에 진출했다고 한다. 최근 4년간 대기업들은 문어발처럼 계열사를 확장하여 393개나 늘었다는 언론발표도 있었다. 그 배경은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손쉬운 부의 축적과 상속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0대 재벌그룹 자산이 국내 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8년 55%에서 지난해 75.6%로 높아졌다. 그리고 10대 재벌그룹 계열사 시가 총액은 전체 주식시장의 52%를 차지할 만큼 부의 대기업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들이 국가의 수출전선 최선봉에 서서 국부 창출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력을 가지고 문어발처럼 닥치는 대로 중소업종까지 잠식하여 급기야 골목상권까지 위협하고 있음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에 곳곳에서 지역 영세상인들의 반대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자체들이 지자체 조례를 정하여 의무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내지 두 번의 휴일을 정하기에 이르렀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처음으로 ‘강동구 유통기업상생발전 및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등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 입법예고를 거쳐서 3월 중순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한다. 야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업을 실시한다. 6~7개의 대형마트와 16곳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이에 해당된다. 이 개정안은 성북구나 마포구 등 다른 지차체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나 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들도 앞 다투어 비슷한 조례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선거의 계절에 민심을 얻기 위한 고육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논어’ 학이편에서 공자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신다.


‘군자는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고, 배우면 즉 굳어지지 않는다. 충성과 신용을 주로 하고, 나만 못한 사람을 사귀지 말라. 즉 자신에게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자신에게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는 마지막 구절은 현재 우리사회에서 꼭 실천해야할 죽비같은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대기업들이 사회발전에 많은 순기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산의 편법상속이나 부도덕한 부의 축적 그리고 부의 사회적 공헌 등에 있어 아직도 일반시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법성 스님
‘법화경’에 나온 ‘임금님 수라상의 비유’처럼 잘 차려진 밥상이 생활고로 고통 받는 저소득층이나 일반 시민들에게도 함께 나누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심각한 부의 양극화가 완화되기 위해서 우리사회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되지 않을까! ‘논어’의 학이편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자신에게 허물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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