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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③-아귀②

기자명 서광 스님

지칠줄 모르는 갈망은 아귀의 특징
사심사관법 등으로 집착 내려놔야

아귀의 심리적 특징은 허기다. 지칠 줄 모르는 갈망과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이다. 그 원인을 심리학적 이론에서 찾아본다면 어린시기에 정상적이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랑과 돌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것을 갈망하는 마음의 상태가 습관적인 에너지, 패턴으로 굳어져버린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간만큼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데 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서 돌봄과 사랑을 받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다른 생명체들에 비해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적으로 더 긴 시간을 더 많이, 그리고 더 필사적으로 요구하고 갈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적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인간조건이 우리 모두로 하여금 평생 원하고 요구만 할 뿐,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삶의 조건들은 우리로 하여금 선천적으로 홀로 살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서로 돕고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연기적 깨달음으로 이끄는 최고의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사랑받고 인정받으려는 노력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관심과 주의를 상대로 향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의 존재를 알고 배려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서로 돕는 대신에 경쟁하고 질투하는 일에 더 익숙해 있는 것일까? 그것도 타고난 특성일까? 불교의 가르침은 그렇지 않다고 선언한다. 그것은 생을 반복하면서 누적된 사회적 문화적 산물로서의 습관일 뿐이다. 이를테면 돈을 갈망하고 돈에 집착된 사람의 경우, 어린시기에 반드시 돈으로 인한 치명적 결핍이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어린시기부터 부모나 사회로부터 돈을 벌고 사용하는 일과 관련해 건강하고 합리적인 모델학습이 결핍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이를테면 재벌 부모 밑에서 자라난 재벌 2세와 3세들이 보여주는 물질적 탐욕은 어린시절의 결핍보다는 부모가 보여주는 역할모델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물질을 탐하고 명품을 갈망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온갖 광고와 선전에 노출되면서 성장해 왔다. 아직 말을 할 줄 모르는 어린아기가 드라마 내용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광고나 선전이 나오면 눈과 귀를 쫑긋 세우고 주의를 집중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광고는 우리들의 시선과 주의를 끌기 위해서 편안하고 자연스런 형태나 색깔, 소리가 아닌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수단으로 우리의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주 어려서부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소비를 부추기는 온갖 미디어들에 의해서 끝없이 새로운 제품을 갈망하도록 자본주의의 대량생산품을 처리하는 소비자로 길러져 왔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개인적 사회적 조건과 원인에 의해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우리의 지칠 줄 모르는 갈망과 욕구를 불교는 집착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집착을 내려놓지 않는 한 갈증과 허기진 심리상태로부터 자유로운 길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집착은 반드시 고통을 부르기 때문에 괴로운 순간에는 집착을 내려놓고 싶어 한다.


문제는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가이다. 더러는 집착을 내려놓으라는 그 가르침만으로도 움켜진 대상을 확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집착의 대상은 고통뿐만이 아니라 즐거움도 함께 주기 때문에 그 즐거움에 대한 경험과 기억을 포기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서광 스님
불교의 가르침에서 집착하는 대상을 놓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부정관이다. 그 대상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내용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스스로에게 상기시키고 떠올리는 명상법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식의 사심사관법 그리고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행위로 방향을 전환하는 대치법이 있다. 다음호에서는 이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탐색해 보기로 하자.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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