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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바른 삼매(正定)

들뜬 마음 가라앉혀 집중된 상태

바른 삼매란 무엇인가. 팔정도의 마지막 항목으로 산만하거나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 고요히 집중된 상태를 가리킨다. 이것은 바른 마음지킴(正念)의 지속적인 실천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삼매의 경지에 도달하면 혼란스러움이 사라지고 있는 그대로를 꿰뚫어보는 통찰의 능력이 생겨난다. 따라서 삼매는 깨달음이 발생하는 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삼매의 상태를 몇몇 단계로 구분한다. 예컨대 네 가지 선정(四禪定)이 그것이다.


“바른 삼매란 무엇인가?…감각적 쾌락으로부터 떠나고,…거친 생각(尋)과 미세한 생각(伺)을 지닌,…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첫 번째 선정(初禪)을 얻어 머문다.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이 가라앉아 안으로 고요해지고,…기쁨과 즐거움이 있는 두 번째 선정(第二禪)을 얻어 머문다. 평정(捨)이 머무는,…거룩한 이들이 말하는 ‘평정과 마음지킴을 지녀 즐거움이 머문다.’라고 하는 세 번째 선정(第三禪)을 얻어 머문다. 즐거움이 끊어지고 괴로움도 끊어져,…평정을 통해 마음지킴이 청정해진 네 번째 선정(第四禪)을 얻어 머문다. 이것을 바른 삼매라고 한다.”


삼매의 체험은 통찰의 지혜를 얻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부정적 정서와 사고를 가라앉혀야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의 경문에서처럼 삼매의 경지는 생각이나 느낌 혹은 호흡 따위의 존속 여부에 따라 네 단계, 여덟 단계, 아홉 단계 등으로 세분화된다.


그러나 초보적 단계인 첫 번째 선정(初禪)에서도 진리에 대한 통찰은 가능하다(MN. I. 435~437 등). 중요한 것은 삼매의 경지가 높고 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그것을 잘 활용하여 통찰의 지혜로 연결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팔정도의 바른 삼매는 네 단계의 선정으로 구성된다. 이들 중에서 네 번째 선정(第四禪)은 갖가지 초월적 능력의 발생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DN. I. 77~84). 예컨대 타인의 마음의 꿰뚫는 능력(他心通)이라든가, 전생을 기억해내는 능력(宿命通) 따위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번뇌를 다한 지혜(漏盡智)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사성제를 깨달아 아는 지혜로 풀이된다(DN. I. 100 등). 결국 초기불교의 궁극 목적은 신통력의 성취가 아니라 사성제의 실현을 통해 일체의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있다.


삼매의 체험을 언어로써 묘사하기란 적절하지 않다. 두 번째 선정(第二禪)부터는 머릿속의 언어적 움직임(語行) 자체가 멈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전의 설명에 비추어 그러한 상태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호흡이나 느낌 따위에 대한 알아차림이 기민해지면 거친 생각(尋)과 미세한 생각(伺)으로 이루어지는 언어적 활동은 따라붙기 힘들다. 특히 호흡이 뒤바뀌는 순간이라든가 미세하게 점멸하는 느낌의 양상을 언어적으로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언어를 붙이는 순간 이미 또 다른 양상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언어가 개입되지 않은 기민한 알아차림으로 몸과 마음에 대해 깨어있는 상태를 두 번째 선정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임승택 교수
언어적 사고가 가라앉으면 더 선명해진 의식으로 현재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 감관에 와 닿는 모든 현상들에 대해 더욱 유연한 태도로 깨어있을 수 있게 된다. 특정한 현상에만 집중하여 제한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라 눈·귀·코 등의 여섯 감관 전체를 열어둘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는 ‘내’가 어떤 대상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대상들이 저절로 ‘나’에게 드러난다. 다만 깨인 마음으로 안팎으로 드러나는 현상들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면서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분명해진다. 이러한 상태를 ‘평정을 통해 마음지킴이 청정해진’ 네 번째 선정의 경지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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