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 티끌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무상 진리 꿰뚫는 부처님 지혜 상징

 

 

 

티끌의 비유는 제7 화성유품이 시작되며 바로 나오는 비유다. 대통지승여래가 과거에 계셨는데, 그 부처님이 과거에 사셨던 나라에 대해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너무도 멀고 오래되었다는 것을 이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삼천대천세계를 어떤 사람이 모두 갈아서 먹을 만든다고 가정한다면 동쪽으로 천 개의 나라를 지나서 티끌을 하나 떨어뜨리고 이와 같이 계속하여 그 땅이 모두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저 부처님 멸도하신지가 이보다 훨씬 더 오래 되었다고 비유로 설하신다.


그리고 부처님은 그와 같이 오랜 시간과 공간을 마치 오늘의 일을 생각하듯이 관찰한다고 밝히고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속적인 시간과 공간을 티끌에 비유하고 그와 대조적으로 그 변한다는 본질을 꿰뚫어 보는 영원 불변의 부처님 지혜를 대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가 삼법인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세속적인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것이 삼법인의 첫 번째 진리인 제행무상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我)라고 고집할 어떤 것도 없다는 것이 두 번째 진리인 제법무아, 그것을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고 온 몸으로 체득할 때 열반의 평온함을 얻게 되는 열반적정이 마지막 진리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덧없이 빨리 변하는 것을 표현하는 고사성어 중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당나라 시인 유정지의 ‘대비백두옹’ 곧 백발을 슬퍼하는 노인을 대신해 읊은 시에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이 말이 나온 시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낙양성 동쪽의 복숭아 오얏꽃은
날아오고 날아가며 뉘 집에 지는고
낙양의 여자아이는 얼굴빛을 아끼며
가다가 떨어지는 꽃을 만나
길게 탄식하네.
금년에 꽃이 지자 얼굴빛이 바뀌었는데
명년에 꽃이 피면 다시 누가 있을까?
이미 송백이 부러져
땔감이 되는 것을 보았는데
다시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되는 것을 듣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상전벽해가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 마지막 구절의 원래 출처는 ‘신선전’에 있는 마고선녀(麻姑仙女)의 이야기에서 유래된다. 옛날 마고라는 나이 겨우 열여덟쯤 되는 아름다운 선녀가 있었는데, 그녀는 신선인 왕방평(王方平)에게 묻는다. “제가 옆에 모신 뒤로 벌써 동해바다가 세 번이나 뽕나무밭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봉래로 오는 도중에 바다가 또 얕아지기 시작해서 전에 비해 반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또 육지가 되는 것일까요?” 그러자 왕방평이 대답했다. “성인들이 다들 말하고 있다. 바다 녀석들이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고.”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출처가 이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상전벽해를 실감한다. 특히 정치권에서 더욱 절감한다. 제18대 국회의원 공천에서는 친이계에 의한 친박학살이라며 공천에 불복한 많은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이 친박연대를 결성하여 선거를 치렀는데, 이번 4월11일 제19대 총선에서는 반대로 친박에 의한 친이학살이라며 새누리당이 시끄럽다.


야당인 통합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18대 총선에서는 폐족으로까지 일컬어지며 친노그룹이 몰락했는데, 제19대 총선에서는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 당권의 핵심에 포진했다. 그리고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부산 사상 총선후보가 거론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정치인들은 권력을 잡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편안한 민생을 갈망하지 않을까 싶다. 집값 안정과 고물가 완화, 대학등록금 경감 그리고 사회복지확충 등 누가 서민들의 민생을 잘 챙길지가 일반시민들의 관심사가 아닐까!

 

▲법성 스님
권력은 잠시 잡았다가 다시 놓아야하는 티끌과 같고 아지랑이처럼 허망하다는 것을 느끼는 봄날이다. 그 본질을 꿰뚫어 보는 부처님의 지혜를 역설하는 것이 이 ‘티끌의 비유’가 아닐까 싶다.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