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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스님 [중]

‘신심명’ ‘증도가’ 늘 마음에 새겨

▲스님은 제자들에게 ‘신심명’과 ‘증도가’를 외우도록 했다.

‘설법제일 하동산’이라는 말이 널리 유행할 만큼 동산 스님이 법석에 오를 때면 언제나 법을 청하는 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때문에 아무리 가난한 절이라도 스님이 한번 다녀가면서 법회를 열면 3년 먹을 양식이 들어온다고 할 만큼 복을 몰고 다니는 큰스님으로 추앙을 받았다.


스님은 법문 때마다 ‘화엄경’, ‘원각경’ 등의 경전 말씀을 인용했으나, 이러한 경전보다도 옛 조사들의 가르침을 더 자주 곁들였다. 그 중에서도 중국 선종 3조 승찬 스님의 ‘신심명’과 영가 스님의 ‘증도가’를 법문 때 가장 많이 이용했고, 달마 스님의 어록과 몽산 법어도 적지 않게 전했다. 특히 스님은 매년 연초 법회에서 만큼은 반드시 조사 스님들의 어록을 제창해 헤이해지기 쉬운 납자들의 공부를 드잡았다.


그렇게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을 깊이 새기며 스스로도 방일하지 않고 정진에 정진을 거듭했던 스님은 한국불교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 고진감래해야 했던 정화 당시에도 조사 스님들의 말씀에 의지해 자신을 담금질하고 후학들을 이끌었다. 당시 ‘堪(감), 忍(인), 待(대)’, 즉 참고 견디고 기다리는 정신으로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던 스님은 당대 제일의 지혜와 복덕을 갖춘 선지식으로서 ‘상송결조(霜松潔操) 수월허금(水月虛襟)’의 자세를 견지했으며 제자들에게도 이 글을 자주 써 주었다.


“서리와 소나무 같은 지조로 자신을 정제하고 물에 담긴 달처럼 마음을 비우고 사람을 대하라”는 영가 현각 스님의 이 가르침을 자신의 일상 이정표로 삼고, 후학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누누이 당부했던 것이다.


스님은 또 선원에서 좌선 시간에 대중들과 함께 정진하고 점심 공양 이후에는 잠시 서예를 즐기면서도, 오후 방선을 마치면 ‘증도가’, ‘신심명’, ‘십이지송’을 외웠다. 30년을 거르지 않고 매일 매일 조사들의 가르침을 외우고 새겼다. 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도 이 게송만큼은 꼭 외우도록 강조했다.


스님은 이렇게 자신 스스로 정진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수행에 전념하는 한편, 언제나 수행하고자 찾아오는 이들의 손을 잡아끌었다. 덕분에 먹을 것이 부족해 살림살이를 책임진 원주가 사람을 그만 받아야 한다고 하소연하는 일까지 생겼으나, 스님은 “무슨 소리냐.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 게 불가의 도리이거늘 어찌 수행하겠다고 찾아오는 수행자를 내칠 수 있느냐”고 나무라며 다 받아주었다. 또 ‘수행자 수만 많다고 다 도인이 되겠느냐’고 불평을 하면, “닭이 천 마리면 그 중에서 한두 마리는 봉황이 나오는 법”이라며 타이르기도 했다. 그만큼 출가자의 수행을 독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삼보정재를 함부로 쓰면 곧바로 불호령이었다. 석유 불에 죽을 끓인다거나, 택시를 타고 드나들면 “절 살림 망해먹을 녀석”이라고 꾸짖었다. ‘시줏돈 함부로 쓰면 큰 죄를 짓는 것’이라는 게 스님의 생각이었다. “시줏돈 함부로 쓰면 다음에 죽어서 소가 되어서라도 갚아야 한다”며 정재를 아꼈던 스님은 동래 온천장에서 범어사까지 먼 길을 늘 걸어서 다니기도 했다. 그런 스님은 두 번째 종정직을 사임하고 범어사로 돌아왔을 때 노구에도 불구하고 ‘일일부작 일일불식’을 실천했다.


스님은 당시 엄성호 스님이 종문제일 서로 불리는 ‘벽암록’을 현토해 증명을 청하자, 선뜻 서문을 써서 “온 천하 대중들의 눈빛 닿는 곳마다 곧 모든 부처님께서 출생하심이라”며 공덕을 치하하기도 했다. 서문 친필은 초판본에 그대로 실려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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