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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③-아귀③

기자명 법보신문

부정관은 부정적 인식 전이 위험성 커
대치법으로 대상과 성숙한 관계 전환

아귀의 지칠 줄 모르는 허기증과 갈망을 다루는 전통적 방식 가운데 하나가 부정관이다. 원래 부정관은 주로 감각적 욕망에 대한 집착을 끊기 위한 방편으로 대상이 늙고 병들어 썩고 백골이 되는 과정을 해부학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부정관을 통한 수행은 자칫하면 갈망하는 대상만이 아니라 자신을 포함해서 다른 모든 이들을 향해 그들이 더럽고 추하다는 부정적인 느낌과 생각으로 전이될 위험이 너무나 크다. 그 결과 흔히 “어차피 죽으면 썩어 없어질 이 몸뚱아리….”라는 식으로 몸을 함부로 대했던 수행의 잔재들이 지금까지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산재해 있다.


어쩌면 수행과정에서 감각적 욕망을 제어하는데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남자들이 부정관을 통해 욕망의 대상인 여자를 함부로 대하고 업신여긴 나머지 일반 사회에 비해 더 많은 남녀불평등 수행전통이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부정관은 또한 자칫 심리적 투사나 억압의 형태와 같은 방어기제와 함께 사용되어 질 수도 있다. 이를테면 억압된 성적 욕망은 상대방이 자기를 유혹한다는 식으로 자기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하는 경우다.


한편 유식의 4심사관법은 앞에서 이미 상세하게 설명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해도 좋을 듯하다. 마지막으로 대치법을 생각해 보자. 욕망하고 갈애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공(空), 또는 무아에 대한 깨달음이다. 갈망하는 자아나 갈망의 대상이 본질적으로 공하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면 지칠 줄 모르는 욕망이 멈추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윤회의 속박으로부터도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고통의 한가운데 있는 우리들이 갈망하는 자아나 갈망의 대상, 심지어는 갈망하는 그 마음 또한 무상하고 공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조건 “집착을 놓으면 된다”고 하겠지만 그 또한 실효성 없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갈망과 집착으로 인해 고통하고 있는 당사자인 우리 자신이 누구보다도 놓고 싶고 벗어나고 싶다. 그렇지만 어떻게 놓으라는 것인가? 괴롭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놓을 수 있다면 집착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치법이 필요하다. 아무리 사랑받고 인정받아도 채워짐이 없이 계속해서 사랑을 갈구하는 증상을 치유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린시기에 발생한 사랑과 돌봄의 결핍은 받아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줌으로서 채워진다. 왜냐하면 그 사랑의 결핍은 지극히 유아적이고 자아중심적이기 때문에 줌으로써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삶의 보람을 느끼고 자신에 대해 훨씬 더 긍정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자녀나 가족, 또는 연인에 집착하고 있으면서 필요이상의 관심과 돌봄을 줌으로써 상대의 심리적 물리적 여유 공간을 박탈하는 유형들이다. 이들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기의 사랑을 알아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불만하고 괴로워한다. 그러한 사람들은 자기의 관심과 사랑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자기 존중감이 커지고, 오히려 자녀나 가족, 연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다.


아귀처럼 끊임없이 허기진 상태에서는 집착의 대상을 내려놓지 못한다. 대치법은 고통의 대상을 포기하고 끊으라고 가르치는 대신, 그러한 욕구의 에너지를 돌려 주의와 관심을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광 스님
또한 베풀고 보시하는 마음을 배양함으로서 요구적인 유아적 욕구로부터 자유롭도록 가르친다. 사랑의 경험과 대상을 포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과 새롭고 보다 성숙한 차원의 관계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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