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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 겸손…수행자 봉사에 '감동'

기자명 이추경

[특집] 재가여성불자의 대회 참관기

대만에서 열린 샤키야디타, 부처님의 딸들의 대회는 타이페이 남쪽 깊은 산속에 있는 화판 대학에서 열렸다. 화판대학은 입구에 커다란 연꽃과 연잎의 조각이 있고 큰 종각이 있어, 불교계 대학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월 11일 개막식은 타이페이시 대만국립대학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동시통역과 좌석마다 마이크 설비등 회의장은 국제회의에 적합하게 시설이 잘 돼 있었다. 스리랑카, 캄보디아, 인도 비구니 스님들은 팔리어로 삼귀의와 독경을 했고, 반야심경을 중국, 한국, 티베트, 베트남의 순서로 독송하였는데 목탁을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었다.

7월 12일부터는 화판대학에서 회의가 진행됐다. 국제회의실은 대만국립대학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27개국에서 온 150여명과 대만 현지에서 온 150여명 등 300명이 넘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회의장은 늘 활기찼다. 매일 아침 7시에 명상실에서 명상이 있었고 오후 5시에는 독경이나 예불이 있었다. 12일 아침에는 우리나라의 참선과 포행이 있었다. 참석자들의 진지함이 대단하였다.

화판대학을 세운 92세의 노 비구니 효운 스님은 노구에도 시종 합장을 하는 겸손을 보였다. 교육에 뜻을 둬 홍콩에도 두개의 학교를 세웠으며, 1990년에 타이완 최초로 불교와 현대 기술교육이 만나는 화판대학을 비구니 혼자서 설립하였다고 한다. 점심은 화판대학 내에 있는 연화사에서 초대하였는데 채식이 그처럼 다양하고 많은 줄은 몰랐다. 정말로 융숭한 대접이었다

대만 비구니 스님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수행을 사회로 회향하는 자세가 철저히 되어있는 듯 하였다. 신도들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절에 가며 은퇴 후에는 대부분이 절에서 무어든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또 비구니 스님들이 하는 불교학교에도 수백 명씩의 신도들이 모인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비구니 8경계에 대해 부처님이 적접 하지 않으신 이야기라는 주장, 윤회 속에서 남여의 차별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페미니즘이 불교와 어떻게 접속되어야 하는지, 8경계는 실제 비구니들의 생활에서 아직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문제제기 등이 있었다. 이외에 대만 비구니간의 지도권과 수행, 불교연구에서 비구니를 과소평가하는 문제도 발표되었다.

화판대학을 떠나기 전 아침, 나는 산책을 나갔다. 누구나 진정한 불자가 된다면 그곳은 불국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여성불교도대회는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선량한 사람들이 모인 대회라고 할 수 있겠다. 매일 아침 각 나라의 관습대로 행해지던 명상시간, 우리나라와 흡사한 베트남의 예불, 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기만 한 흰 승복의 깡마른 캄보디아 비구니들, 주황색의 승복을 입고 아침 명상에서 자비관을 조용한 목소리로 읊던 스리랑카 비구니들, 나이가 어리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티베트 비구니들, 그뿐이랴. 성심을 다해 여러 가지 요리를 해내는 공양간 식구들 등이 떠오른다.

한 비구니의 힘으로 일으킨 화판 대학은 여성불자들에게 많은 것들을 상징하고 있었다. 또 그속에서 씩씩하면서도 활기있게 자신의 수행과 교육, 사회봉사를 쉬지 않고 병행하는 대만 비구니들의 모습은 신선하였다. 검소하면서도 진심으로 대하며 불심이 깊은 대만 사람들에게 신뢰감이 갔다. 미국서 포교를 하고 계신 국제포교사 운월 스님, 유엔 인권분야에서 일하시는 진일 스님, 석담 스님외에 영어, 중국어를 유창히 하시는 여러 비구니 스님들, 아마도 여러 가지 능력을 가신 비구니 스님들이 한국에 많이 숨어 계실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이런 모든 분들과 재가불자들이 힘을 합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추경(국제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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