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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생이야기는 꾸날라(Kuṇāla) 자따까 안에 있는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Jātaka No. 536)다. 부처님께서 꾸날라 호숫가에 계실 때, 세속에 두고 온 여자들 때문에 우울에 잠겨 있는 500 비구들을 깨우치기 위해 설한 것이다.
부처님은 옛날 3500마리의 암컷을 거느린 꾸날라라는 새로 살았던 과거생을 말씀하셨다. 그런 다음 “비구들이여! 나는 축생으로 산 적이 있었지만, 여자들의 부도덕 등을 잘 알고 있다”고 하시며, 500 비구들에게 또다른 전생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옛날 와라나시에 잘 생긴 깐다리(Kaṇḍari)왕과 아름다운 낀나라(Kinnara) 왕비가 살고 있었다. 그때 보살은 왕과 동갑으로 현명한 사제관(司祭官)이었다.
어느 날, 왕비는 창 밖을 내다보다가 궁전의 성벽 가까운 곳에 있는 나무 아래에 살고 있던 앉은뱅이를 보고, 곧 연정을 느꼈다. 밤이 되어 왕이 깊은 잠에 빠지면, 그녀는 밖으로 나가 그와 정을 통하기 시작했다. 사제관은 이 사실을 알고 왕에게 알렸다.
어느 날 밤 왕이 깊은 잠에 취한 척하자 왕비는 전과 같이 밖으로 나갔고, 왕은 그녀의 뒤를 밟았다. 앉은뱅이가 너무 늦게 왔다고 화를 내면서 그녀의 귀걸이 줄을 때리는 바람에, 귀걸이가 땅으로 떨어졌다. 왕은 그것을 주어서 그 자리를 떠났다.
다음 날 왕은 왕비에게 그동안 자신이 준 장식을 모두 하고 오라고 하자, 그녀는 한쪽 귀걸이만을 한 채 왕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그 연유에 대해 거짓으로 고하자, 부도덕한 그녀를 왕은 죽이고자 했다. 그러나 사제관은 왕을 설득해 왕비를 죽음으로부터 구해주었다. 그런 다음 왕에게 여자들의 부도덕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함께 여러 곳을 돌아볼 것을 제안했다.
부처님께서는 이야기를 마치고 “그 때의 왕의 사제관은 바로 전생의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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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