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이 한반도 생명평화 공동체 실현을 위한 ‘생명평화의 등불’을 밝힌다고 한다. 1000일 정진결사, 시민초청 무차대회 등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며 밝히는 ‘등불’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1000일 정진결사다. 1인 1시간 씩 매일 이어지는 이 정진은 하루 24시간 1000일 동안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2만4천명이 동참하는 이 결사는 3월28일 오후 3시 시작해 2014년 12월22일 회향된다. 첫 정진에는 최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강정마을 고권일 대책위원장이 나서고, 백기완 통일운동가, 김정우 쌍용차해고대책위원장, 김진해 목사, 김정일 신부, 이성심 교무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승속과 남녀노소, 종교를 뛰어 넘는 대작불사라 아니할 수 없다.
혹자는 강정마을, 쌍용차 문제가 생명평화와 무슨 관계가 있나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1994년, 유엔이 개인의 안보를 국가안보보다 우선시하여 인간의 평화를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안보위협의 요인으로 본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경제, 식량, 보건, 개인, 환경, 공동체, 정치안보 등 인간의 생명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영역들을 ‘포괄하여’ 대처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법에 따르면 ‘저쪽의 불행은 나와 무연’하지 않다. 인간은 서로 의지하여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다소 외면해 왔다. 일반 사회를 향해 일갈할 것도 없이 부처님 법을 최우선으로 하는 불교계도 ‘저쪽의 불행’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1000일 정진 결사를 통해 스스로 참여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인류평화, 나아가 뭇 생명의 존중을 통한 평화까지도 구현해 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 추진본부가 준비한 발원문을 낭독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염원은 세상에 전달될 것이다.
무엇보다 기도를 통해 자신의 심성을 맑히며 자비심을 일으킨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평화는 조금씩 실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