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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깨끗한 사회를 보고 싶다

기자명 강행원
  • 법보시론
  • 입력 2012.04.02 10:55
  • 수정 2012.04.04 17:56
  • 댓글 0

불조(佛祖)의 가르침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들이 우주의 도리에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인생고가 따른다고 한다. 그래서 조사(祖師)들은 사바의 삶을 일러 불난 집에 비유하여 화택고해(火宅苦海)라고 했던 모양이다. 우리의 현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체가 그야말로 화택고해의 심각한 지경에 직면해 있다.


4·11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4년을 돌아보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CEO출신의 경영철학을 믿고 맡긴 권좌가 국가경제 부흥의 공약과는 거리가 먼 패도(道)라고나 할까? ‘건설’을 앞세운 자연파괴와 부조리로 점철된 화택은 그대로 고해다. 그토록 자신에 찬 건설 경기마저 죽고 없을 뿐 아니라 부익부빈익빈의 심화로 국민들은 생활고에 시달릴까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 개인적 신앙에서도 정교분리를 외면한 채 개신교에 편향하는 우를 범했다.


지면상 그 예를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전국토의 주소를 새로 바꾸는 과정에서 불교와 관계되는 지역명이나 도로명을 배제했던 정치적 술수는 차라리 박해에 가까웠다. 전통종교의 문화적 가치를 짓밟는 것은 국가의 위상을 추락시킬 뿐이다. 종교는 박해를 먹고 성장한다지만 불교인들은 아직까지 너그럽기만 하다. 이러한 인고마저도 도(道)로 승화한 불법의 대요(大要)는 마음수행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법과 제도언론이 권자의 힘을 따라 춤을 추는, 아첨과 억압과 술수가 공존하는 난장(亂場)이다. 한걸음만 밖으로 나가면 불법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불조의 가르침만큼 우주의 도리에 100% 합리적인 가르침은 없다. 타종교의 철학적 지향점도 유사점이 없지 않지만 불교의 교리처럼 완벽하게 우주의 실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이는 나와 더불어 우주가 한 몸이며 하나의 생명이라는 일원론적 실상관의 종지이다. 종교가 과학은 아니지만 현대 물리학이 없었다면 그 빛이 가려졌을지도 모른다. 그 대의는 자비심의 대명사이기도한 관음보살의 시연이다. 이웃과 내가 사회와 국가 나아가 범 세계, 즉 우주와 둘이 아닌데 이웃이 병들고 산천이 깎여 신음하면 내가 좋을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하나의 몸이며 한생명이기에 같은 고통을 느끼며 아파하는 것이 보살정신의 구현이다.


구멍 뚫린 수려한 산들과 농약으로 오염된 골프장의 난립에 자연이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4대강을 비롯한 제주도 강정마을의 강제 발파, 지리산 삭도 건설 계획은 말문을 막는다. 환경생명을 고려하지 않고 권력의 힘으로 장악한 어리석은 지배구조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웃나라 핵발전소 붕괴의 무시무시한 참상을 보면서도 여전한 원전건설 강행 의지 무리수에 국민은 불안하다. 치적홍보에 지나지 않는 말잔치의 핵안보정상회의 유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처럼 끝 간 데 없는 MB정부의 바닥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한 각 정당들의 총선 대비용 쇄신은 이전투구를 넘어서지 못한 채 총력을 건 한판 승부에 돌입했다. 하지만 그 쇄신은 국민적 기대에 크게 어긋나고 말았다. 총선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각 당들이 펼치는 유세의 함성은 더욱 요란하지만 정치가 초토화된 현실 앞에서 착잡하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거 때 유권자를 가장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투표할 데가 없는 경우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유권자네트워크’를 구성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고, 나아가 19대 국회가 국민들의 요구를 실현하도록 압박하는 유권자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를 비롯해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나선 이 운동에 많은 기대를 건다.


▲강행원
생명의 본질에 대한 불교의 우주관에서는 그 대상이 무엇이든 상생의 가치에 조금도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환경을 해치는 지리산 삭도 건설을 불교가 용인한다면 이는 자신의 교리를 부정하는 꼴이다. 조계종단은 본래면목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치는 민심을 읽지 못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화쟁의 판이 만들어져 깨끗하고 바른 사회가 구현되기를 염원한다.  


강행원 한국화가 yoonsan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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