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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사성제와 사회적 고-6

매체들, 이해관계 따라 현실 재구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 확대 하기도

동일성이 형성되는 순간 세계는 동일성의 영토로 들어온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나뉘고, 동일성은 ‘차이’를 포섭하여 이를 없애거나 없는 것처럼 꾸미며, 타자로 간주한 것들을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면서 동일성을 강화한다. 이에 폭력을 “한 개인이나 집단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을 자신(들)과 구분하고서 그를 타자로 설정하고 배제하고 억압하여 동일성을 강화하려는 행위 및 타자가 살아남으려 하고 보다 나은 삶을 살려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려 하고 자유롭고자 하는 욕구들에 대해 피할 수 있는 모독을 가하는 행위, 나아가 지금과 다른 상태로 될 수 있는 잠재적인 것과 실제적인 것 사이의 차이를 형성하는 요인이자 이를 정당화하는 문화적 양상으로,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압력과 내구력의 역학관계에서 생성되는 과정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갈퉁의 폭력과 평화이론에서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 있다. 이를 디지털사회에 적용할 경우 괴리를 발견한다. 그의 이론이 현실과 재현 사이에 괴리가 없으며, 규범이 현실을 인식하는 준거가 된다는 근대적 발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오늘, 우리는 실제 현실보다 ‘매체의 매개를 통한 현실(mediated realities)’을 더 체험하며, 가상현실은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우리는 어디서 지진이 났다고 하면 처음엔 믿지 못하다가 텔레비전의 뉴스에서 그 장면을 보면 믿는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현실은 실제 현실이 아니라 미디어가 구성한 현실이다. 인간은 오감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세계와 관계를 맺기보다 매체를 통해 변형된 세계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이 매체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 및 이해관계, 이데올로기, 구조 등에 따라 현실을 구성하여 재현한다. 이 때문에 실제 현실과 매체를 통해 매개된 현실 사이에 괴리와 왜곡이 있기 마련이다. 곧, 재현의 위기(the crisis of representation)가 생긴다.


CNN은 미국의 무역센타 건물을 알케에다가 비행기로 테러를 감행하는 장면과 이슬람 전사들이 환호를 하는 모습을 겹쳐서 방영하였다. 전 세계의 대중들은 그를 보면서 테러로 수천 명이 죽었는데 어찌 이슬람 사람들은 추도를 하기는커녕 이를 보고 저런 반응을 할 수 있느냐며 이슬람인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을 가졌다. 하지만, 나중에 그것은 십여 년도 전에 어떤 전투에서 이슬람 전사들이 승리하고서 환호를 하는 장면을 편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에서 미디어로 구성한 현실이 실제 현실을 대체한다. 두 남녀의 실제 사랑을 반영한 영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젊은이들이 영화나 광고를 보고 그 영화나 광고를 모방한 사랑을 한다.


이렇듯, 재현의 위기로 인하여 원본 없이 복사본이 원본 구실을 하고, 재현된 가상이 실제 현실을 구성한다. 재현은 실제 현실에서 그 현실에서 살고 있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백인과 흑인 사이에 차이가 없는데, 미국 드라마에서 흑인을 폭력범으로 자주 등장시키면, 백인 소년은 흑인이 실제 현실에서도 폭력적인 것으로 착각하며 이는 인종적 편견과 갈등을 확대하며, 더 나아가 흑인의 폭력을 조장하는 사회를 구성한다. 이처럼 재현의 폭력(the violence of represen tation)이란 예술이나 언론을 통해 왜곡되어 재현된 것이 실제 현실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확대하고 이들을 타자화하고 배제하고 폭력을 행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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