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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사념처

초기불교 대표하는 명상법

사념처(四念處)란 무엇인가. 초기불교를 대표하는 명상법의 하나로서 몸(身)·느낌(受)·마음(心)·법(法)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사념처(cattāro satipaṭṭhānā)라는 명칭을 풀이하자면 ‘네 가지에 대한 마음지킴의 확립’이 된다. 몸이나 느낌 따위의 4가지를 놓치지 않고 주시함으로써 경험하는 현상들의 본질을 깨닫는 수행을 일컬어 사념처라고 한다. 이것은 팔정도의 일곱 번째 항목인 바른 마음지킴(正念)과 실제적으로 동일한 내용을 지닌다(DN. II. 313). 또한 이것은 사성제(四聖諦)의 실현을 최종 목적으로 하며 거기에 이르는 여러 절차를 망라한다.


특히 사념처는 남방의 상좌부불교에서 계승되는 전통적인 명상법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위빠사나(vipassanā)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일컬어지고 있다. 사념처의 위빠사나는 마음지킴(sati)과 알아차림(sampajañña)이라는 2가지 심리적 기능에 의존한다. 마음지킴이란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고 알아차림이란 그러한 상태를 지속하면서 개개의 현상들을 그때그때 명확하게 아는 것이다. 이들을 통해 고요히 집중된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진리에 눈을 떠 나가는 과정이 사념처이다. 여기에는 통찰을 의미하는 위빠사나의 측면과 내면의 고요함을 뜻하는 사마타(samatha)의 측면이 함께 포함된다.


사념처에 대해 위빠사나 일변도의 수행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경전에 묘사되는 사념처는 사마타까지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내용을 지닌다. 예컨대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受念處)에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정신적인 느낌에 대한 알아차림’이 포함된다(DN. II. 298). 그런데 그러한 느낌이란 일상의 거친 의식 상태에서는 포착되지 않으며 ‘즐거움이 끊어지고 괴로움도 끊어진’ 네 번째 선정(第四禪)에 이르러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사념처의 실천은 고도로 집중된 상태인 사마타의 경지를 포함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념처의 실천이 반드시 사마타를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마음에 대한 마음지킴(心念處)에는 내면에 깃든 탐욕이나 분노에 대한 알아차림이 포함된다(DN. II. 299). 탐욕이라든가 분노 따위는 사마타 혹은 선정의 상태에 이르면 저절로 가라앉는 거친 감정들이다. 따라서 바로 이들에 대해 마음지킴을 유지한다는 것은 사마타에 몰입해 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몰입의 상태에서는 탐욕 따위가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탐욕이나 분노에 대한 마음지킴과 알아차림을 내용으로 하는 사념처는 사마타가 아닌 일상적인 의식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념처의 4가지에서 맨 마지막의 법에 대한 마음지킴(法念處)은 특수한 성격을 지닌다. 거기에는 다섯 장애(五蓋), 오취온(五取蘊), 사성제 등에 대한 깨달음이 세부 내용으로 언급된다(DN. II. 300-314). 이들은 몸·느낌·마음에 대한 알아차림을 통해 체득하는 교리적 가르침을 망라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몸이나 느낌 등에 관련된 현상들이 일어남(集)과 사라짐(滅)을 반복하면서 그 허구성(無我)을 드러낼 때 다섯 장애라든가 오취온의 본질을 꿰뚫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사성제의 진리를 체득하게 된다. 법에 대한 마음지킴은 수행의 진척과 더불어 알게 되는 내용들을 마음지킴의 대상으로 삼는다.


경전에서는 사념처를 실천함으로써 계율에 대한 태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AN. V. 457-460). 또한 고요함을 가로막는 탐냄 따위의 내면의 장애를 제거할 수 있고, 육체(色)·느낌(受)·지각(想) 따위의 오취온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고, 정신적 성취를 가로막는 갖가지 내면의 족쇄를 제거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임승택 교수
이러한 사념처 명상은 출가 수행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재가자들에게도 개방되어 널리 행해졌다고 전해진다(MN. I. 340쪽).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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