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4. 사성제와 사회적 고-7

기자명 법보신문

잘못된 사회구조는 고통의 원인
물욕방치가 한국불교 폐단 초래

세계와 자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 자체가 허상이고 고(苦)다. 굳이 이를 우리가 이해하도록 구분하면 생노병사를 포함한 8고, 소외, 그리고 네 가지 폭력 - 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재현의 폭력-에 의한 고이다. 이들 고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


앞의 글, 29회에서 말하였듯, 생로병사를 포함한 8고 또한 사회적이다. 그러기에 8고를 낳는 사회적 조건이나 원인을 없애야만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8고의 경우 암자 생활처럼 남과 분리된 조건에 있을 경우, 초기 경전의 가르침대로 8정도에 따라 탐진치를 없애고 실상을 그대로 보아 8고를 낳는 조건 자체를 없애면 고통의 지멸이 가능하다. 반면에, 소외와 네 가지 폭력에 의한 고의 경우 탐진치의 소멸, 팔정도를 통해 어느 정도 고를 사라지게 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지멸이 되지 않는다. 이를 낳은 근본 요인이나 조건이 개인의 무지나 탐욕이 아니기 때문이다. 거꾸로 본래 불성을 가진 중생이 무지나 탐욕을 갖도록 이끄는 것이 바로 잘못된 구조다.


우리는 얼마 전에 열린 중앙 종회에서 사찰부동산관리법 개정안이 부결되는 것을 목도하였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사찰토지 처분금을 총무원 재무부로 모두 이관하여 종단이 추진하는 목적사업기금으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천태종과 진각종이 일시에 성장한 비결이며, 종단이 튼실한 재정을 바탕으로 도시 포교 등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한 뜻있는 사업을 과감하게 벌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제안이었다. 무엇보다도 대다수 불자들이 원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찬성 16표, 반대 24표로 폐기되었다. 교구본사 주지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종헌개정안도, 돈을 주고 주지를 사는 행위를 견제할 통합선거법도 부결되거나 이월되었다. 이들 제안은 개혁안이 아니다.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는 세속에서도 그에 준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상식에 입각한 것이고, 한국불교의 고질적 폐단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제안이다. 그럼에도 상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반대표를 던진 스님들 때문이며, 이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교구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만(我慢) 때문이며, 이 아만의 근저에는 물욕이 자리한다.


종회의 대표로까지 오른 큰스님들이 행한 일이기에 수행 부족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리 수행하였어도 물욕을 버리지 못하게 한 것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구조적 요인이다. 또 반대표를 던진 스님 가운데 수행이 부족한 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 교구에는 수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스님이 최소한 서너 분은 계실 터인데, 그런 분들이 대표가 되지 못하고 여러 모로 모자라는 스님들을 대표로 선출한 조건과 구조란 무엇인가.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속에서도 돈을 주고 표를 사는 것이 징역을 살고 수십 배의 벌금을 물 정도로 철저히 금지되었는데, 어찌 하여 무소유를 주장하는 절집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관례인 양 유지되고 있는가. 유지시키는 조건과 구조를 파사현정(破邪顯正)하지 않고서는 계속 그런 스님들이 대표가 되어 전횡을 일삼을 것이다.

 

소외와 네 가지 폭력에 의한 고 또한 마찬가지다. 탐진치를 소멸해도 고는 계속된다. 그의 근본 원인이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에, 마음만이 아니라 마음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도흠 교수
그럼 불교 교리의 요체라 할 사성제를 어떻게 재해석할 것인가. 여기에는 유심론과 유물론, 개인과 사회, 개체와 구조, 마음과 몸이라는 건너기 힘든 깊은 강이 흐르고 있다. 양자를 매개하는 연결 고리나 방편을 찾지 못한다면 논의는 평행선을 달릴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