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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몸에 대한 마음지킴

사념처 명상 중 첫 번째에 해당

몸에 대한 마음지킴(身念處)이란 무엇인가. 몸·느낌·마음·법의 4가지를 대상으로 하는 사념처의 명상에서 첫 번째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몸 혹은 육체적 행위는 가장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알아차림의 대상이다. 육체적 현상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모으고 알아차리는 과정을 통해 사성제를 깨우쳐나가는 실천법이 곧 몸에 대한 마음지킴이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사념처의 세부 항목으로 분류하지만 독자적인 명상법으로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신지념경’에는 몸에 대한 마음지킴만으로 궁극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기술된다.(MN. II. 88~99)
마음지킴의 대상이 되는 육체적 현상은 다양하다(DN. II. 291~298). 예컨대 마시고 내쉬는 숨이라든가 구부리거나 펴는 따위의 신체적 동작 따위가 그것이다. 또한 옷을 입거나 음식물을 맛보거나 대소변을 보는 따위의 일상적 행위도 거기에 포함된다. 심지어는 잠에 들거나 깨어나는 순간까지도 마음지킴의 대상들로 언급된다. 이러한 내용은 몸에 관련된 일체의 현상들에 대해 잠시라도 방심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몸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육체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명상의 매개로 활용한다.


흔히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 마음을 닦으라는 메시지로 이해하곤 한다. 몸에 대한 마음지킴 또한 육체적 현상을 대상으로 삼아 깨어 있는 마음을 확립하라는 가르침이다. 또한 이것은 일상적인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지속적으로 응시함으로써 스스로를 바로 세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대해 지긋이 지켜볼 수 있다면 그만큼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호흡이 거칠 때는 감정적으로도 격앙된 상태이다. 그러한 거친 호흡 상태를 진득하게 알아차리다 보면 자연스레 호흡도 평이해지고 격앙된 감정 또한 가라앉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몸에 대한 마음지킴은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려 나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격앙된 상태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게 하여 부지불식간에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것은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함으로써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스스로에 대해 강제적으로 억압하라는 의미가 아님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깨인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은 달구어진 쇳덩이가 뜨겁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잡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안다면 재빨리 잡았다가 얼른 되놓을 수 있다. 모른다면 덥석 잡고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비명을 지르게 될 것이다.


몸에 대한 마음지킴에는 일상의 행위만이 아니라 전문적인 명상가들에게 적합한 알아차림의 내용들도 포함된다. 예컨대 몸 안의 내장기관이라든가, 지(地)·수(水)·화(火)·풍(風) 따위의 4가지 요소(四界), 나아가 시체의 부패 과정에 대한 통찰 따위가 그것이다.(DN. II. 293~297). 이들은 일상적인 관찰만으로는 포착할 수 없으며 상당한 집중력과 상상력을 갖추어야만 인식할 수 있다. 이들은 몸에 대한 마음지킴이 고난도의 전문적 기법까지를 포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해서는 근기에 따른 다양한 방법이 준비되어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임승택 교수
몸에 대한 마음지킴의 방식은 다양하게 설명된다. 그러나 이것을 통해 진리를 체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이 일관되게 묘사된다. “이와 같이 몸에 관련하여 몸의 현상을 지긋이 관찰하면서 머문다… 혹은 몸에 관련하여 일어나는 현상(集法)을… 혹은 사라지는 현상(滅法)을… 혹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集滅法)을 지긋이 관찰하면서 머문다(DN. II. 292).” 이러한 내용은 몸에 관련된 현상들이 다만 일시적으로 발생했다가 사라지며, 결국은 무상(無常)과 무아(無我)의 이치에 대한 자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묘사한 것이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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