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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

느낌을 알아차림 대상으로 삼는 명상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受念處)이란 무엇인가. 몸·느낌·마음·법의 4가지를 대상으로 하는 사념처의 명상에서 두 번째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좋거나 나쁜 느낌들에 몰입되지 말고 다만 그들을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이다. 편안하거나 좋은 느낌도, 불편하거나 거북한 느낌도 지긋이 관찰하다 보면 잠시간에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한 갖가지 느낌들에 부화뇌동하지 않고서 관찰자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을 깊숙이 실천하는 셈이다. 인간의 삶에서 느낌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느낌을 추구하고 싫어하는 느낌을 배척하는 가운데 살아간다. 좋은 학벌,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구하는 따위의 거의 모든 행위가 그러하다. 좋은 느낌이란 인간의 행위가 지향하는 한 결 같은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좋아하는 느낌이 과연 무엇이고 또한 싫어하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으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느낌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느냐는 곧 그 사람의 인격과 됨됨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현재 느낌을 분명히 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지 냉철히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돈이 땅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치자. 혹은 경쟁 관계에 누군가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치자. 은근히 배가 아파올 수 있다. 혹은 괜히 짜증이 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불쾌한 느낌들은 대부분 놓치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것의 실체를 깨닫는 경우가 많다. 느낌이 발생하는 순간에 그것을 알아차린다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까. 최소한 예의에 벗어나는 언사를 내보이는 실수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느낌의 유혹은 강렬하기 때문에 저항하기 힘들다. 좋거나 싫은 느낌을 억지로 붙잡아 두거나 없앨 수도 없다. 이와 같은 느낌들에 대해서는 다만 깨어 있는 마음으로 지긋이 응시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봄 햇살 아래 쌓인 눈이 서서히 녹아내리듯이 어느덧 느낌의 응어리가 녹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 같던 그 느낌이 일순간 약화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느낌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서 대처해 나가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또한 느낌이라는 강력한 족쇄마저 무상과 무아의 진리를 자각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대념처경’에서는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 따위에 대해 언급한다(DN. II. 298). 또한 거기에 ‘육체적인 것(sāmisa)’과 ‘정신적인 것(nirāmisa)’의 구분을 덧씌워 도합 9가지 유형의 느낌을 열거한다.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그들 모두를 알아차림의 대상으로 삼는다. 다만 깨인 마음으로 ‘육체적인 즐거운 느낌’이라든가 ‘정신적인 괴로운 느낌’ 따위에 대해 주시하라고 가르친다. 혹은 깊은 선정의 상태에서 포착되는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정신적인 느낌’에 대해서도 관찰자로 남아 있으라고 권한다.


즐거운 느낌은 탐내는 마음을 조장하고, 괴로운 느낌은 성내는 마음을 증폭시키며,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은 어리석음과 연결되어 있다. 즐거운 느낌의 발생과 변화를 깨어 있는 마음으로 주시한다면 그것은 즐거움 자체로 남아 있다가 언젠가 사라진다. 그러나 그것의 발생과 변화를 알지 못하고서 둔감한 상태로 있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탐냄에 빠지게 된다.

 

▲임승택 교수
혹은 괴로운 느낌이 증폭시키는 성냄에 휩쓸리게 된다. 혹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과 통해 있는 어리석음에 매몰되게 된다. 따라서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사라진 경지인 열반(涅槃)의 성취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매우 중요한 실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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