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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년 전 계율, 한국불교에 적합한가”

  • 교학
  • 입력 2012.04.20 12:17
  • 수정 2021.04.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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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종 원각불교사상연구원장 주장

 

▲권기종 교수

 

 

 

한국불교는 전통적으로 ‘사분율’ 중심의 계율을 수용했다. 오늘날에도 ‘사분율’은 수계와 지계를 비롯한 출가생활의 근본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00년 전 인도에서 제정된 계율이 한국불교 현실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는 원각불교사상연구원이 5월12일 천태종 관문사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미리 배포된 권 교수의 ‘한국불교에 있어 계율의 문제’에 따르면 현재 한국불교는 여법하게 지킬 수도 없고 지키지도 못하는 ‘사분율’에 의한 계율을 붙든 채 방황하고 있다.

요컨대 ‘사분율’에는 축전보계(畜錢寶戒)와 착보계(捉寶戒)가 있어 출가비구는 돈을 만지거나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출가자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활비는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반드시 걸식을 해야 한다거나 세 벌의 옷으로만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땅을 파지 말라는 굴지계(堀地戒)와 일체 초목을 꺾지 말라는 괴생종계(壞生種戒)는 출가자로 하여금 농사조차 못 짓게 한다. 또 군대를 보거나 영내에 머무르는 것은 물론 비구들이 서서 소변을 보는 것조차 율장에서 금하고 있는 파계행위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득도식에서 ‘사분율’을 그대로 수지토록 하는 것은 계율을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 큰 모순을 저지르는 일이라는 게 권 교수의 지적이다. 지킬 수 없는 것을 지키도록 서약하도록 함에 따라 수계와 동시에 파계를 가져오는 것은 불합리할 뿐더러 오히려 지계의식을 희박하도록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비록 ‘사분율’에는 없지만 자동차, 컴퓨터, TV, 휴대전화, 전자게임, 이메일, 인터넷 사용 등 이 시대에 필요로 하는 새로운 계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그러한 적절한 예로 틱낫한 스님이 제시한 9가지 승규(僧規)를 들었다. 즉 △비싸고 좋은 차를 소유하지 말 것 △이성과 단둘이 자동차를 타지 말 것 △세속적인 필름, 음악, 전자게임을 소유하지 말 것 △운동경기, 세속적인 영화, 공연을 보지 말 것 △부모, 스승, 친구에 대한 은혜를 부인하지 말 것 △세속적인 소설을 갖거나 읽지 말 것 △가사와 장삼을 세 벌 이상 지니지 말 것 △주식을 사거나 투자하지 말 것 등이 그것이다.

권 교수는 “교조가 제정한 계율을 함부로 고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불합리한 계율로 모순된 지계 생활을 거듭하는 것도 문제”라며 “불음계(不淫戒)를 제외하고 출가자와 재가자가 동일하게 수지돼야 하는 ‘십선계’가 오히려 대승불교의 정신에 맞는다”고 말했다.

한편 원각불교사상연구원 학술대회에는 △초기교단의 계율과 성립배경(백도수) △대승보살계의 성립과 전개(신성현) △‘삼국유사’ 불교연기설화의 신화적 특성에 대한 연구(권동우) △현대 재가불자의 관음신앙 유형에 대한 고찰(황상준) △불교영상매체의 포교기능 연구(최진구) 등 논문이 발표된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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