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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사성제와 사회적 고-9

뇌과학과 불교의 연관관계를 다룬 논문이나 책들의 한계는 양자 사이의 연결 고리나 매개논리 없이 절충으로 끝나거나 평행선을 유지한 데 그쳐 진정한 종합에는 이루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식(識)과 신경세포, 자유의지의 관계를 신경세포 사이의 비약으로 설명하려 한 김성철 교수의 논의는 진일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도 의문은 남는다. 뇌과학에서 보면 신경세포 사이의 비약이란 가설 자체가 비과학적 발상이다. 불교에서 보면, 신경세포 사이의 비약으로 자유의지를 설명하려는 것은 실체론적인 발상이기에 연기론과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도 신경세포 사이의 비약이라는 것이 상상의 가언명제일 뿐, 검증이 불가능하다.


그러면 우리는 유심론과 유물론, 뇌과학과 불교의 마음수행 사이의 깊은 강에 어떻게 다리를 놓을 것인가. 하나는 뇌과학에서 불교를 향해 매개논리를 펼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반대로 불교에서 뇌과학을 향하여 이를 전개하는 것이다. 전자는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론을 불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후자는 연기론으로 시냅스(synapse)를 매개로 뉴런과 뉴런의 결합에 의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해석하는 것이다.


왜 까투리는 보호색인 갈색 털을 가졌는데 장끼는 형형색색의 깃털로 치장하였는가. 장끼만이 아니라 대다수 새들은 왜 수컷이 더 화려한 깃털로 덮인 몸을 가졌는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여인이 예쁘게 꾸며야 하는데 새들은 왜 수컷이 그런지 오랜 동안 의문이었다. 화려한 깃털을 하면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지기에 더욱 의심이 깊어졌다. 하지만, 진화론과 생물학을 공부하다 보니, 이는 “왜 남자는 더 강한 권력을 가지려 하고 여자는 더 예쁘게 꾸미려 할까?”와 같은 질문이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퍼트리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생명의 핵심이다. 생명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모든 행위가 살아남아 좋은 짝을 만나 짝짓기를 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려는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연어가 온힘을 다하여 모천으로 올라와 알을 낳은 후 기꺼이 죽는 장면은 언제 봐도 시청자를 울릴 정도로 감동적이다. 우리가 끔찍한 것으로 여기지만, 짝짓기가 끝나자마자 암컷 사마귀는 수컷 사마귀를 잡아먹는다. 사마귀 수컷은 자신의 몸을 양분으로 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새끼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기꺼이 자신의 몸을 암컷에게 바치는 것이다. 연어와 사마귀에 비하여 정도 차이는 있지만, 박테리아와 같은 단세포 동물에서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들이 자신의 유전자의 복제와 확대를 위하여 생명의 운동을 펼친다. 『디가 니까야』에서 명색에 식(識)이 깃들면서 생명이 시작된다고 하였는데, 단백질의 결합체인 생명체의 몸에 이런 본능이 자리하면서 생명이 비로소 이루어진다. 식이란 바로 온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려는 본능인 것이다.


이 식이 진화를 하게 된다. 처음엔 먹이와 짝짓기 때문이다. 다른 존재가 나타났을 때 그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그 반대로 내가 먹힐 상대인지 재빨리 파악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한 채 사멸한다. 이에 발달한 것이 뇌 속의 감각뉴런과 운동뉴런이다.

 

▲이도흠 교수
감각뉴런은 눈과 코 등 감각기관에서 느낀 자극을 모아 연합뉴런으로 보내면 연합뉴런을 이를 종합하여 해석하여, “팔과 다리 등 모든 기관을 이용해 그 놈을 먹어치워라.”, “그 놈은 너보다 강하니 재빨리 도망가라.” 등의 정보를 운동뉴런으로 전송하고 운동뉴런은 팔과 다리 등 실행기관에 명령을 전달한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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