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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 [상]

‘화엄경’, 도의적 인재양성에 필수

 

▲탄허 스님은 ‘화엄경’을 불교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 하시고 6년 고행을 통해 우주관과 인생관을 타파한 것은 무엇인가. 결국 부처님께서 깨닫고 나서 최초로 3·7일간 설법하신 화엄학의 도리다. ‘화엄경’은 부처님 깨달음의 세계를 그대로 드러낸 법문이다. 49년간 법을 설한 석가모니 부처님은 화신인 그림자 몸이다. 교리적으로는 같은 부처님이지만 최초에 우주관·인생관을 타파해서 설한 화엄학은 법신의 소설(所說)이요, 무지한 대중을 위해 평생 설하신 화엄학을 부연한 팔만대장경은 화신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현토역해 신화엄경합론’을 번역·출간해 우리 민족문화사에 영원히 빛날 금자탑을 쌓았다는 칭송을 받는 화엄학의 대가 탄허 스님은 ‘화엄경’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탄허의 ‘신화엄경합론’ 번역은 스승 한암 스님의 유촉이 있기도 했으나, 미래 인재양성을 위한 필요성을 인식한 본인의 결단이었다. 한반도 통일시기가 도래하고 우리나라가 태평양시대를 주도할 국가로 부상할 것을 예견한 탄허는 도의적 인재양성이 급선무라는 점을 역설했다. 그가 말한 도의적 인재는 화엄사상으로 무장하고 동체대비 원력과 언행일치를 갖춘 사람이다. 때문에 이러한 인재양성에 필요한 교재로 택한 것이 ‘화엄경’이었다.


탄허는 1956년 가을 ‘화엄경’ 번역에 착수해 1967년 3월 무려 10여년 만에 62500여장에 달하는 ‘신화엄경합론’ 번역 원고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1975년 총47권으로 간행됐다. 그 공로로 조계종 종정 상은 물론 동아일보사 주최 제3회 인촌문화상까지 수상하기도 했다. 탄허는 ‘화엄경’을 불교의 최고봉으로 꼽았다. 그리고 “‘화엄경’은 바다와 똑 같다. 바다를 안 본 사람은 바다라고 해도 모른다. 그래서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일렁일렁하는 저 물결이 바다다, 바람이 물결치게 하는 저것이 바다다, 그 위를 저어 가는 것 그게 바다다 이렇게 가르친다. 그러나 바다의 일단만 보여주는 것이다. 바다에는 바람도 있고 물결도 있고 저어가는 것도 있다. 그처럼 우주만유와 나, 그리고 마음 이 전체가 총진리화 되어버린 그것이 ‘화엄경’의 도리”라고 설명했다.


출가 전 이미 한학에 능통했던 탄허는 출가 후 스승 한암의 총애를 받으며 곧바로 학인들을 가르치는 중강의 자리에 오를 만큼 학문적 깊이가 남달랐다. 그때부터 그의 일과는 자정이 되면 일어나서 정진하고 원고 쓰는 일이었다. 당시 책 자체가 귀했던 시절이라, 책을 빌리면 작은 책은 밤새 외워서 머리에 넣고 큰 책은 밤을 지새워 필사를 했을 만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리고 후학들에게는 “경전을 볼 때에는 문자 밖의 소식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자 밖의 소식을 알아야 한다는 말은 문자 이면의 뜻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금강경’을 비롯한 경전은 물론이고 짧은 한 구절에도 핵심이 무엇인지, 그 대의가 파악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전을 줄줄 외우고 미사여구로 표현한다고 해도 부처님의 혜명을 계승할 수 없는 문자한(文字漢)에 불과할 뿐이라는 경책인 셈이다.


‘화엄경’ 출판 이후 강원 교재로 사용하던 경전들을 번역하기 시작한 탄허는 그 일을 “덥다고 그만두거나 춥다고 버릴 수 없는 숙제”라고 했다. 그 중에 ‘절요’는 “고려 때 우리의 독자적인 철학을 모색한 불교학개론서로 빼어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칭송했고, 사미과 교재의 부록으로 삼은 ‘현정론’, ‘모자이혹론’, ‘정재유학사’의 ‘삼교평심론’은 “동양인의 사유방법 속에 흐르고 있는 유불선 사상을 비교연구해 상세히 다루고 있어 동양사상을 이해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교재”라고 높이 평가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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