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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사성제와 사회적 고-10

인간 사회화 과정에서 거울뉴런 발달
상대 행동·마음 읽는 수준으로 향상

그리 인간은 동물과 다름없이 300여만 년을 살다가 동물과 구분이 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사회를 형성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이루게 되었는가. 홀로 사냥을 나가면 한 달에 순록을 세 마리를 잡던 이가 10명이 짝을 이루어 50여 마리를 잡았다고 치자. 그러면 이를 10으로 나누어도 내 몫이 5마리가 된다. 호랑이와 곰과 같은 맹수로부터 살아날 확률도 증대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여, 내 유전자를 복제하고 확산시킬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이타적인 협력이 이기적인 욕망과 부합하는 것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사회를 이루는 것이 이기적 욕망에도 들어맞는 것을 깨닫자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게 된다.


사회를 유지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이기적 욕망을 유보하는 것이다. 내가 순록의 심장을 독차지하거나, 동료의 아내를 겁탈한다면 그들은 나와 함께 사냥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마음엔 이기적 욕망과 이타적 상호주의가 갈등하게 된다. 동료들과 협력하는 그 순간에도 이기적 욕망이 불타오르고, 이기적 탐욕을 극단으로 추구하는 그 정점에서도 이타적 길은 없을까 돌아보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끊임없는 양자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인간은 조정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양자를 적절히 조종하고 타인과 협력을 도모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은 언어를 이용한 소통과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비언어적 소통이 있다. 비언어적 소통을 하려면 상대방의 마음이나 행동을 읽어야 한다. 무수한 상대방에 대한 막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소통이 일어나지 못하며, 이것이 원활하지 않으면 상호 협력과 이타성에 바탕을 둔 사회는 성립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의 행동이나 마음을 읽고 따라하거나 조정하도록 뇌 속에 형성된 것이 바로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다.


1997년에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지아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는 짧은꼬리 원숭이들이 상대방의 동작을 거울에 비추듯 자신이 하는 것처럼 뇌세포가 반응하는 실험을 하였다. 이 실험에서 밝혀진 대로, 인간은 거울뉴런을 통해 상대방을 따라한다. 상대방의 모방은 학습을 낳는다. 아기는 엄마의 입모양을 따라하며 언어를 습득한다. 아이는 아빠의 행동을 흉내 내며 농사와 사냥을 배운다. 21세기의 어린이들도 메시를 따라 드리블을 하고, 소녀시대를 따라 춤을 추기도 한다.


거울뉴런은 모방으로 그치지 않는다. 원숭이가 손을 써서 물건을 집을 때 활성화하던 거울뉴런이 도구를 사용하여 집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또, 똑같이 컵을 집는 행위라도 어질러져 있는 식탁보다 깨끗한 식탁에서 할 때 훨씬 더 뉴런이 활성화하였다. 거울뉴런은 단순히 모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의도를 읽는 데도 관여하는 것이다.


멀리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우리는 머리 속에 상대방이 공을 차는 동작과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공을 찬 아이가 미안해하는 표정까지 그리게 된다. 더 나아가 거울뉴런은 공감까지 가능하게 한다. 상대방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내 가슴이 아픈 것도 거울뉴런 때문이다.


▲이도흠 교수
이처럼 인간을 짐승과 구분시켜 인간이게 한 것, 인간이 타인을 통해 학습을 하며 의식을 발달시키고, 타인의 마음을 읽으며 내 마음을 진전시키고, 더 나아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게 한 것이 모두 거울뉴런, 더 정확히 말하여 거울뉴런이 종합하여 형성한 거울뉴런 시스템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화 과정을 통하여 뇌 속에 거울뉴런을 만들고, 거울뉴런 시스템은 인간의 마음과 의식을 짐승과 구분되는 수준으로 향상시킨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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