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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칼의 상(相)을 보는 이의 전생이야기

재채기 덕문에 왕이 된 젊은이

 

▲ 바르후트 탑, 기원전 1세기 경, 꼴까타 소재 인도박물관

 

 

이 전생이야기는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꼬살라국 국왕의 칼 상(相)을 보는 코를 베인 어떤 바라문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Jātaka No. 126).


옛날 바라나시에 왕의 칼 상을 보는 어떤 바라문이 있었다. 어느 날 칼집에 후추가루를 넣은 칼의 상을 보던 바라문은, 후추가루 때문에 재치기를 하다가 코를 베이고 말았다. 코를 다친 바라문을 위해 왕은 의사를 보내 납으로 코를 만들고, 그를 시자로 삼았다.


아들이 없던 왕에게는 딸과 남자 조카가 있었는데, 성인이 되자 둘은 사모하는 사이가 되었다. 왕은 처음에는 둘을 결혼시켜 조카에게 왕위를 물려줄 생각이었으나, 각자 따로 결혼시키기로 마음을 바꾸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왕의 조카는 공주를 왕궁에서 나오게 할 방안을 바라문과 상의하게 되었다. 그러자 바라문은 공주에게 붙어있는 악운(惡運)의 신(神)을 제거하기 위해 묘지로 가서 침대 밑에 죽은 사람을 눕혀 놓고, 그 위에 공주를 앉게 한 다음 향수를 부어 악신을 없애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에게도 알려주었다. 왕에게 허락을 받은 바라문은 공주를 데리고 묘지로 향했다. 사전에 계획된 바대로 침대 밑에 누워있던 왕의 조카는 후추가루를 코에 넣어 재채기를 세 번했다. 그러자마자 바라문과 그와 동행했던 자들은 공주를 남겨둔 채 모두 산 속으로 도망가고 말았다. 왕의 조카는 예정대로 공주를 데리고 그의 처소로 돌아갔다.


이 사실을 들은 왕은 조카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둘을 결혼시켰다. 바라문은 새로운 왕의 시자가 되어 어느 날 그와 함께 해를 향해 서 있는데, 납으로 만든 코가 녹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새로운 왕은 “그대는 재채기 때문에 코를 베었고, 나는 재채기 때문에 공주와 왕위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부처님은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바라문은 지금의 저 바라문이요, 왕의 조카는 바로 나였다”라고 말씀하셨다.


바르후트 대탑 난순의 ‘칼의 상(相)을 보는 이의 전생이야기(Asilakkhana Jātaka)’는 두 그루의 나무, 나무 사이에 누워있는 남자, 나무 위의 여자, 세 마리의 자칼이 표현되어 있다.

 

▲유근자 박사

두 나무 사이에 누워있는 남자는 묘지의 침대 밑에 누운 왕의 조카를 의미하고, 나뭇가지를 잡고 자칼을 내려다 보고 있는 여자는 공주이다. 에피소드에는 없는 세 마리의 자칼은 묘지의 공포 분위기를 상징한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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