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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사념처의 실천 순서

몸 관찰에서 느낌·마음 알아차림으로

사념처의 실천 순서는 어떠한가. 몸·느낌·마음·법의 4가지 가운데 과연 무엇부터 마음지킴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가.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주시하면서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실천의 절차에 관한 의문은 이것만이 아니다. 몸이나 느낌 따위의 어느 한 대상을 선택하여 일정 기간 그것만을 관찰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들 각각을 수시로 옮겨가면서 알아차려야 하는가. 혹은 어느 하나만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다보면 나머지 대상들은 저절로 드러나게 되는가.


사념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대념처경’에도 이것에 관한 명확한 언급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초기불교 경전 전체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가르침들을 종합하면 얼마간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대부분의 경전에서 몸·느낌·마음·법이라는 정해진 순서에 따라 사념처의 가르침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적으로 권장되는 마음지킴의 대상은 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몸의 움직임은 가장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몸에 대한 마음지킴을 실천해 나갈 수 있다.


목숨이 유지되는 한 호흡의 들고 남은 멈추지 않으며 또한 언제라도 포착이 가능하다. 팔을 구부리거나 펴는 따위의 동작은 어떠한가. 이들 역시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는 한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몸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바로 이들을 지속적으로 응시한다. ‘대념처경’에서는 호흡이나 동작 따위를 관찰하다보면 일어남과 사라짐이라는 진리를 깨우치게 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러한 깨우침이란 몸에 관련된 것인 동시에 법의 영역에 속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정한 수준이 되면 그때부터는 몸에 대한 마음지킴과 법에 대한 마음지킴이 병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신지념경’에서는 몸에 대한 알아차림만으로 궁극의 진리를 깨우칠 수 있다고 가르친다(MN. III. 88~99). 또한 ‘입출식념경’은 호흡에 대한 마음지킴이 느낌·마음·법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준다(MN. III. 78~88). 예컨대 호흡을 지속적으로 응시하다 보면 호흡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즐겁거나 불쾌한 느낌들도 인지하게 된다. 또한 갖가지 느낌들에 대해 깨어 있다 보면 거기에 반응하여 일어나고 사라지는 산만하거나 침체된 마음 따위를 인지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줄곧 몸을 중심으로 관찰해 나가지만 나중에는 느낌이나 마음까지도 관찰하게 된다.


이러한 절차에는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처음부터 모두를 한꺼번에 주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리 선택한 대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대상들까지를 관찰 영역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특히 초보적 단계에서 권장되는 몸에 대한 마음지킴은 알아차림의 상태를 흩트리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의지를 필요로 한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호흡의 들고 남을 놓치고서 엉뚱한 생각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마음에 대한 마음지킴의 단계에 이르면 그러한 노력이나 의지마저 내려놓아야 한다. 그때부터는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오로지 깨어 있는 것만이 요구된다.


몸으로부터 느낌을 거쳐 마음과 법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마음지킴의 능력 여하에 따라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어느 시기에 무엇을 선택하여 주시하느냐의 문제는 열정과 의지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 물론 초보적인 단계에서 품는 열정과 의지는 수행의 여정에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명상이 진척되면 될수록 그러한 열정은 자신의 상태를 관찰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임승택 교수
집중하거나 알아차리려고 애쓰는 그것이 곧 탐욕이라는 장애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명상이란 더 이상 해야 할 무엇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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