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사성제와 사회적 고-12
39. 사성제와 사회적 고-12
  • 이도흠 교수
  • 승인 2012.05.14 1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간의 몸은 350만년 인류의 기억 간직
공포영화 쾌감도 수렵생활의 기억 때문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심해진다. 하지만, 기억력이 줄어들어도 사고력과 창의력은 그렇지 않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인간의 뇌세포 수는 약 1천억 개에 이른다. 뉴런은 태아 때 1분에 250만개씩 만들어지며 일단 뇌가 만들어지면 뉴런은 죽기를 거듭하여 평생 10%정도가 사라진다. 태어날 때 불과 350그램 정도인 아기의 뇌는 이후 1년여 동안 급격히 성장하여 1,000그램에 이르고 사춘기 시절에는 성인 뇌의 평균적인 무게인 1,300∼1,500그램에 이른다. 태어난 이후에 뇌가 대략 4배의 성장을 하는 것도 인간만의 특징이다.


흔히 뇌세포가 증가하여 두뇌가 무거워지는 것으로 알지만, 시냅스다. 이 기간 동안 시냅스가 무려 100조개 정도까지 만들어진다. 아기는 학습과 체험을 통하여 시냅스를 만들어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시킨다. 한 개의 뇌세포 당 최소 수천 개에서 수만 개의 시냅스가 연결된다. 머리의 좋고 나쁨, 창조력과 사고력은 뇌세포의 수가 아니라 바로 이 시냅스를 통한 뇌세포의 네트워킹에 비례한다. 시냅스는 뇌세포와 달리 죽는 순간까지 만들어진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사고력과 창조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는 시냅스를 통하여 수 천, 수 억의 정보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때 정보는 서로 조건이 되고 서로 의지처가 되는 연기적 관계에 놓이며 인드라망과 같은 무진장의 상호관련 속에 놓인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이 무수한 연관관계를 남들보다 더 많이, 더 여러 차례, 더 빨리 하는 것이다. 이 작용을 하는 가운데 양에서 질로의 전환이 일어난다. 얼음에 열을 가하면 얼음분자 사이의 에너지가 증대되고 분자들은 활발히 운동하게 된다. 에너지가 증대되면 얼음 전체의 온도는 영하 30도, 20도, 10도로 올라가고 마침내 0도가 되면 얼음은 물로 바뀐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농경생활을 하여 인구가 늘면, 어느 시점에서 사회는 농사를 짓는 사람, 물을 대기 위하여 보를 건설하는 사람, 이를 부리는 사람으로 분화가 일어나며 원시사회에서 부족사회로 발전한다. 사유도 그렇다. 인터넷에서 단순한 정보를 많이 모아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에 그들 정보를 단순히 합친 것 이상의 생각에 이른다. 그렇듯, 뇌는 100조개의 시냅스 중 필요한 시냅스를 동원하여 각각의 뇌세포가 담고 있는 정보를 네트워킹하고, 네트워킹을 수 억 차례 하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그를 물리적으로 합친 것 이상의 생각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뇌세포에 저장된다.


건망증으로 어떤 낱말, 심지어 친한 친구의 이름조차 생각이 나지 않아 곤란을 겪다가 오랜 시간 이후 그 낱말이 떠오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뉴런에 그 낱말과 그 낱말과 관련된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이 나지 않은 것은 뇌세포에 그 기억이 저장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보를 시냅스가 연결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모든 기억, 설사 내가 수년 동안 기억하지 못했던 것조차 뇌세포에 저장되어 있다. 기억과 의식의 장으로 떠오르지 않는 것은 시냅스가 연결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몸은 350만 년에 이르는 인류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왜 공포 영화를 보면 시원함을 느끼는가. 인류가 수렵 생활을 할 때, 맹수를 만나면 두려움을 느꼈고, 그러다가 혹은 맹수에게 붙들리기도 했다. 맹수에게서 풀려나오려면 미꾸라지처럼 몸을 미끄럽게 해야 한다.

 

▲이도흠 교수

인류는 살아남기 위하여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땀을 흘리는 것으로 진화하였다. 350만년의 인류 역사에서 만 년의 문명사는 아주 짧은 시간이다. 뇌세포 속에서 그 기억을 담고 있는 뉴런은 지금도 두려움을 느끼면 땀을 흘리도록 운동뉴런에 명령을 내리며, 그 순간 우리는 시원함을 느낀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