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 하마선(蝦蟆禪)

기자명 윤창화

두꺼비·청개구리가 팔짝 뛸 줄만 알 듯
관념에 사로잡혀 역량이 전혀없는 선승

‘하마’라고 하면 우리는 언뜻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동물로, 입과 머리 등 몸집이 매우 큰 하마(河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서 하마(蝦蟆)는 양서류, 파충류의 하나인 두꺼비와 청개구리를 함께 가리킨다.


두꺼비는 우리나라에도 많다. 야행성이라서 주로 밤에 활동하는데, 후미진 곳에 있다가 작은 동물이나 곤충 등이 나타나면 번개같이 잡아먹는다. 두꺼비는 혓바닥이 매우 길고 또 혀에는 강력 본드 같은 끈적끈적한 액이 있어서 ‘쭉’하고 내밀면 10센티 거리에 있는 먹잇감도 순식간에 딸려 들어간다.


두꺼비가 혓바닥을 내밀어 먹잇감을 잡아채는 속도가 0.5초 정도라고 한다. 특히 두꺼비는 여름날 밤에 전깃불을 켜 놓고 있으면 날아드는 날파리나 불나방, 하루살이 등을 잡아먹기 위해 나타나는데, 필자는 처음 그 광경을 보고 섬뜩할 정도로 놀랐다. 마치 내가 딸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두꺼비(蝦蟆)는 행동이 매우 느리다. 굼벵이와 같은 속도라서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답답할 정도이다. 청개구리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 녀석들의 행동반경이 약 1.5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이 녀석들도 비장의 무기를 하나 갖고 있는데, 상황이 급하면 ‘팔짝’ 하고 뛸 줄은 안다. 그런데 그 기술이 단발성으로서 연거푸 뛰지도 못하고 멀리 뛰지도 못한다. 간혹은 착지 기술이 부족해서 전복사고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몸뚱이를 바로 하는 데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하마선(蝦蟆禪)이란 두꺼비나 청개구리가 행동할 때 한갓 팔짝 뛸 줄만 알고 다른 행동은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처럼, 하나만 고집하여 다른 것은 전혀 모르는 선승, 자유자재한 살림살이가 없는 선승,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선승, 역량(力量)이 전혀 없는 선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말하자면 깨달아도 수행자들을 지도할 능력이 없는 선승을 가리키는데, 이는 오로지 좌선만 했고, 학문이나 교학 등 지식을 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는 맹꽁이 같은 천성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교사 임용고시에는 합격했으나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선생과 같다. 이런 이들이 학인들이나 납자들을 제접, 지도하게 되면 편협한 지도를 하게 되어 결국 납자들을 망치게 된다. 마치 오늘날 우리나라 선(禪)처럼 경전이나 어록은 일체 보지 말고 오로지 앉아 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는 교학적, 학문적 바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견(正見)과 정법안(正法眼)이 없어서 맞지도 않는 말을 마구잡이로 지껄이고 있다는 의미로도 많이 쓰인다.


선어에 ‘하마구(蝦蟆口)’라는 말이 있다. ‘두꺼비 입’이라는 뜻으로 하마선과 같은 말이다. 한두 가지 법문만 할 줄 알고 다른 법문은 전혀 할 줄 모르는 사람, 판에 박은 대로 법문하는 것, 또는 알맹이 없는 말을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또 ‘사하마(死蟆蝦)’라는 말이 있다. ‘죽은 두꺼비’라는 뜻인데, 역량이 충분하지 못한 선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살아 있는 두꺼비도 걸어가는 것을 보면 답답한데 한여름 죽어 누워 있는 두꺼비야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雲門) 或云 佛法兩字拈却成 得箇是麽. 代云 死蝦蟆’(雲門錄 中)


선은 집착, 주의(主義) 등 고정관념을 부정하고 무집착, 중도를 추구한다. 집착이나 고정관념은 해탈이 아닌 구속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사구백비(四句百非, 모든 것을 부정함) 곧 중도의 논리이다. 또 선은 어떤 실체를 부정하고 무실체(공, 무아)에서 진리를 찾는다.

 

▲윤창화
그래서 ‘몰저선(沒底禪, 밑 없는 배)’, ‘무영탑(無影塔, 그림자 없는 탑)’, ‘몰종적(沒蹤迹 자취가 없다)’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하마선(蝦蟆禪)은 얼치기 깨달음으로 다른 사람조차 미혹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혼자 깊은 산속에서 살아야 한다.
 

윤창화 changhwa9@hanmail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