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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사마타와 위빠사나

깨달음에 이르는 명상의 두 날개

사마타(止)는 무엇이고 위빠사나(觀)는 무엇인가. 사마타란 고요 혹은 평온을 의미한다. 또한 이것은 들뜸과 산란함을 가라앉혀 집중된 경지를 가리킨다. 이러한 집중의 상태는 몇몇 단계로 나뉜다. 감각적 쾌락에 동요되는 않는 경지인 첫 번째 선정(初禪)이라든가 언어적 사고(語行)가 정지한 두 번째 선정(第二禪) 따위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마타는 여덟 단계로 구분된다. 거기에는 생각과 정서가 가라앉은 정도에 따른 ‘물질적 영역의 4가지 선정(色界四禪)’과 ‘비물질적 영역의 4가지 선정(四無色定)’이라는 2가지 구분법이 포함된다(Ps. I. 98).


한편 위빠사나란 있는 그대로(如如, yathabhūtaṁ) 통찰하는 것을 말한다. 즉 몸과 마음에 관련된 제반 현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주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몸의 움직임이나 느낌 따위를 관찰하면서 모든 현상이 변화한다는 무상(無常)의 이치를 통찰하는 것이 곧 위빠사나이다. 나아가 괴로움에 대한 통찰(苦隨觀), 무아에 대한 통찰(無我隨觀), 소멸에 대한 통찰(滅隨觀) 따위가 그것이다(Ps. I. 98~99). 사마타는 고요함의 깊이에 따른 여러 심리적 위계를 망라하며, 위빠사나는 다양하게 드러나는 통찰의 내용을 포섭한다.


초기불교 이래로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명상의 양 날개 구실을 해왔다. 수행에 처음 입문한 사람에게는 일단 사마타를 통해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절차가 권장된다. 탐욕이라든가 의심 따위에 동요되는 상태에서는 정신적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사마타를 통해 마음을 비우고 가라앉히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사마타의 사례로는 특정한 색깔로 이루어진 원판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거나 떠올리면서 몰입하는 방법이 있다(Ps. I. 95). 혹은 불(佛)·법(法)·승(僧)의 삼보를 지속적으로 떠올림으로써 잡념을 차단하고 몰입된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한다.


한편 위빠사나는 특별한 집중 대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상에 상관없이 경험하는 일체의 현상에 대해 본질적 특성을 통찰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점에서 위빠사나는 사마타와 전혀 다른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무상에 대한 통찰이 반드시 평온한 상태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괴로움에 대한 통찰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집중된 상태에서는 괴로움이라는 느낌 자체가 잘 포착되지 않는다. 마음상태가 거칠면 거친 대로, 고요하면 고요한 대로, 그때그때 경험하는 안팎의 현상을 놓치지 않고 통찰하는 과정이 위빠사나이다.


그러나 실제 수행에서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서로 혼합된다고 할 수 있다. 사마타를 체험해보지 않고서 내면을 반조하는 능력을 갖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예컨대 탐냄이나 성냄에 휩싸여 있다고 치자. 사마타를 통해 가라앉은 마음상태를 경험해본 사람만이 한 발짝 물러나 통찰하는 여유를 지닐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탐냄과 성냄에 뒤엉켜 자기 자신이 과연 어떠한 상태에 빠져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따라서 사마타와 위빠사나는 하나의 쌍으로 언급되곤 하며, 특히 전자를 닦은 연후에 후자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다.


사념처(四念處) 명상을 사례로 들어보자. 사념처란 몸·느낌·마음·법을 지속적으로 주시함으로써 경험하는 현상의 본질을 깨닫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사마타와 위빠사나의 측면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몸이나 느낌에 대한 마음지킴은 고도로 집중된 경지인 사마타의 상태를 가져오는 동시에 통찰을 의미하는 위빠사나의 요소를 포함한다.

 

▲임승택 교수
한편 마음과 법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더욱 유연한 태도로 기민하게 깨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진행하는 와중에는 위빠사나의 측면이 강조되지만 사마타 또한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사념처는 사마타와 위빠사나를 골고루 계발시키는 균형 잡힌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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