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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마음은 의식과 다르다

마음은 자연적이고 의식은 늘 대상적
상생과 상극은 이중적 성격으로 공생

“상(相)에 머무는 보시는 하늘에 태어나는 복이나, 마치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것과 같도다. 세력이 다하면 화살은 다시 떨어지나니, 내생에 뜻과 같지 않은 과보를 부르리로다.”


불법은 우주 일심(一心)의 법을 말해주신 석가모니의 가르침이다. 우주 일심은 이 우주법계의 모든 것이 다 일심의 작용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다 일심의 작용이라는 것은 사사물물, 두두물물 일체가 다 마음이라는 의미를 말한다. 인간과 동물이 다 마음이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지만, 식물이나 심지어 무생물까지 다 마음의 작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흙과 물도 다 마음이라는 것이다. 흙과 물이 마음이기에 흙과 물에 정성들여 기도를 하면 흙과 물도 기도의 응답으로 정화되고 해맑아진다. 이것은 일본의 의사가 기도 후의 흙과 물을 사진으로 찍으니, 기도 전의 흙과 물보다 훨씬 정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을 사진으로 입증하였다.


불법의 기도는 기독교의 기도와 뉘앙스에서 좀 다르다. 기독교의 기도는 그들이 말하는 인격신인 하나님에게 기도하는 것이지만, 불교는 우주법계의 마음에 대하여 기도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기도는 신과 같은 인격중심의 기도이지만, 불교의 기도는 인간중심의 인격체를 탈피하여 자연의 생명과 존재 전체를 다 아우르는 기도이다. 기독교는 너무 인간중심주의다. 신중심이라 하지만, 사실상 신은 인간의 별칭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세계는 법의 몸이다. 그래서 법신(法身)의 부처다. 일체 자연이 사는 모습이 다 부처의 법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거기에는 상생도 있고 또 상극도 있다. 상극은 부처님의 모습이 아니라고 쉽게 말하나, 상극도 상생의 뒷모습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는 상생이 있기에 끔직한 상극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늑대가 순록을 잡아먹는 처참한 비극이 있기에 늑대와 순록은 상극관계의 법이다. 그러나 늑대가 없으면 순록은 자기의 천적이 없어졌으므로 순록에게는 행복만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늑대가 없는 순록은 도망가는 운동을 하지 못하므로 순록의 건강이 다시 나빠져서 늑대에게 잡혀먹는 순록보다 병으로 죽어가는 순록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상생과 상극이 독립적으로 따로따로 존립하지 않고 다 이중적인 셩격으로 공생한다. 이것이 불법의 가르침이다.


자연의 법신불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서로 서로 이익을 주기도 하고 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이익을 주거나 해를 입히거나 다 무위적으로 행하지, 유위적으로 상(相)을 내지 않고 무주상(無住相)으로 일을 친다. 자연 세계에는 모든 것이 마음이기에 마음은 서로 작용하지만, 거기에는 인간처럼 의식이 없다. 마음과 의식은 서로 다르다. 마음은 자연적이고 그래서 무의식적이지만, 의식은 늘 대상적이다. 의식은 언제나 어떤 대상의 의식으로 작용한다. 내가 의식하는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이 대상을 지시한다. 그 대상이 다시 종합적으로 의식을 불러 온다. 그래서 대상의 의식은 또한 대상에 관한 자의식을 동반한다. 모든 대상에 관한 의식은 대상에 대한 소유의식을 초래함으로써 결국 나라는 주체가 그 대상을 소유했다는 만족감을 얻어야만 소유의식은 사라진다. 모든 의식행위는 다 소유의식의 행위이고, 그것은 곧 자의식을 안으로 갖고 있는 행위이므로 의식행위는 자의식이란 상(相)이 있는 유주상(有住相)을 운명적으로 머금고 있다.


상을 지닌 의식의 모든 선행은 반드시 자의식을 동반하기에 자연의 마음처럼 무의식의 욕망이 아니다. 자연의 마음은 다른 것을 취하면서도 다른 것의 먹이가 되므로 거기에는 먹고 먹히는 이중구조의 균형만이 있지, 먹기만 하고 먹히지 않으려는 영원한 승자의 의식은 없다.

 

▲김형효 교수
영원한 승자의 의식이란 착각은 결국 영가대사의 표현처럼 하늘을 향하여 화살을 쏘지만, 그것이 결국 자기나 지상의 다른 것에 다시 떨어지는 그 화살의 표적이 되는 역설은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같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kihyhy@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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