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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육자(六字)-2

기자명 법보신문

육자는 중생제도 위해 선택된 칭명
시대 따라 육자 의미 내용도 변천

호넨 스님의 말씀을 빌어 말하자면 “오직 미타께 의지한다”는 것은 나무(南無)의 핵심으로, 미타로 향하는 우리들의 오롯한 수행이 요구된다. 이것이 나무아미타불인 것이다. ‘선택집(選擇集)’ 제2권에는, 선도대사에 의지하여 이런 말씀이 나온다.


“중생이 행을 일으켜서 입으로는 항상 부처님을 부르면 부처님은 곧 이를 들으실 것이며, 몸으로 늘 부처님을 예경하면 부처님은 곧 이를 보실 것이고, 마음으로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면 부처님은 곧 이를 아실 것이다. 중생이 부처님을 억념(憶念)하면, 부처님 또한 중생을 억념하실 것이다.”(운운)


모든 것은 우리가 아미타께 회향하는 것이다. 경전에도 “시방의 중생들이 보리심을 일으켜서…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하여”라든가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라든가, “지극한 마음으로 신락(信樂)하여”라는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모두 우리가 아미타에게로 나아가는 행(行)이다. 그러면 아미타가 반드시 이 행에 응해주신다는 가르침이다. 예수의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요.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신란 스님에게서 그 방향이 역전된다. 모두 우리들에게 아미타불이 회향해 주시는 것이 된다. 큰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교행신증(敎行信證)’의 행(行)권에 보면, “그러므로 나무라는 말은 귀명(歸命)이니…귀명은 본원이 부르는 칙명(勅命)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부처님께 귀의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요구해서 귀의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부처님의 지상명령에 따를 뿐이다. 회향은 모든 것이 부처님 입장에서의 회향이다. 방향은 언제나 부처님이 중생을 향한 것이지, 중생으로부터 부처님을 향한 것은 아니다.


신란 스님의 이러한 견해는 위대한 스승 호넨 스님에게 없었던 사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란 스님에 이르러 한층 더 분명해졌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하여”라고 읽어야 할 경전의 구절을 신란 스님은 거꾸로 바꾸어서, 부처님께서 “지극한 마음으로 회향해 주셨으니”라고 뒤집어 읽었던 것이다.


문법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렇게 자유로운 독법(讀法)을 창작했던 것은, 그의 체험이 종래의 독법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에게 와서 회향이라는 문자는 더욱더 그 의미가 깊어졌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중생으로부터 부처님에게로”라고 생각하든지, 혹은 “부처님으로부터 중생에게로”라고 생각하든지 생각하는 자와 생각되어지는 자, 즉 중생과 부처님이라는 대립이 남지 않는가? ‘귀의한다’든가, ‘부른다(招換)’한다든가 하는 말은 단지 주객(主客)의 위치를 바꾸는 것일 뿐, 주체와 객체의 대립은 여전히 남는 것이 아닌가?


그 핵심은 중생과 부처를 하나로 묶고자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나무(南無)와 아미타(阿彌陀)를 두 개의 말로 나누는 것이다. 나눈 뒤에 다시 묶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잇펜 스님의 생각은 대립을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둘을 분화되기 이전의 경지에서 보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육자의 의미는 다시 또 한 번의 비약을 시도한다. 나무와 아미타를 연속되는 하나의 말로 해석하여 육자를 오직 하나뿐인 모습으로 모셨던 것이다. 오직 하나이기에, 말하자면 육자를 무자(無字)로까지 이끌고 갔던 것이다.


▲야나기 무네요시
나무와 아미타는 둘이 아니다. 둘이라면 정토의 모습(相)은 아니다. 육자란 둘이 아닌 경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생이 부처님을 염불하는 것도 아니고 또 부처님이 중생에게 염불할 것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염불이 스스로 염불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불교사연구소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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