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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의 죽음과 스님들의 허물

기자명 강행원

부처님께서 중생의 몸으로 사바세계에 오신 뜻은 미혹(迷惑)한 중생들에게 빛이 되기 위해서다. 미혹은 무엇에 홀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욕망의 독을 이른 말이다. 불조는 욕망을 안고 사는 사바의 삶은 마치 어둠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 이를 ‘무명(無明)’이라고 정의하며 삶이 어둡고 거친 바다에서 헤매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진리는 영원한 빛이다. 그래서 연등회도 무명한 사회를 밝히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러한 뜻 깊은 성탄일을 앞두고 욕망의 불집에서 스스로 타 죽어가는 사건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삼독의 미혹은) 마치 어린애가 칼끝에 묻어 있는 달콤한 꿀을 핥아먹는 것과 같아서 조심하지 않으면 혀에 상처를 입고 만다”는 42장경에 나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겨 본다. 사회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이 독사보다도 냉엄한 권력욕에 사무친 진상이며, 종교적으로는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과 몰카다. 둘 다 해서는 안 되는 허물이다. 이 두 사건 모두 미혹에 빠진 욕망의 덫이라는 유사성을 갖고 있다.


감투욕에 눈이 먼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비민주적인 선거부정에 휘말려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충돌하여 공멸위기에 직면해 있다. 뜻이 맞아 한집을 이룬 동지가 적이 되고 용서할 수 없는 과오를 정의로움처럼 외치며 육박전을 감행한 것이다. 이것이 진보논리를 내세운 사람들의 행동이라면 이는 시정잡배들이나 할 수 있는 것으로써 지극히 비인간적인 행동이 그들의 정치적인 사고와 맞물려 있다.


진보라는 이름이 더없이 부끄럽게 망가져 버리도록 끝없이 펼쳐지는 싸움판의 추태를 보면서 그들에게 걸었던 희망은 그대로 절망이 되었다. 저들이 힘없는 서민을 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농민들의 눈물을 닦아줄 대변자로 생각했던 기대가 일시에 무너져 버린 것이다.


진보라는 이름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끝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서 날로 더 새로워지고 더욱 진실성으로 무장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사욕에 얽힌 내부싸움으로 한국의 진보라는 싹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리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그들은 그야말로 진보진영이 더 크게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호기가 기다리고 있었음에도 미혹에 빠져 스스로 망가져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치세가 가져온 모든 국책사업의 실패와 부정부패를 유감없이 들춰 내 진보의 정의로움을 인정받을 수 있었음에도 준비를 실추한 것이다. 진보논리의 성장을 위해 통합진보당을 도운 국민들의 지지가 어이없는 배반으로 이어져 참으로 안타깝다. 그들을 지지했던 내가 던진 한 표도 무척 후회스럽다. 이는 무명하기 때문에 일어난 우치로서 기회는 더 이상 그들의 편에서 멀어져 죽음을 맞고 있다. 회생이 불가한 애석한 일이다.


또한 조계종단도 뼈를 깎는 개혁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부처님법의 핵심은 중도사상을 지니고 있어서 보수도 진보도 개혁도 모두 융화되어야 한다. 원융함을 잃고서는 누구도 옳은 것이 될 수 없다. 더욱이 출가자의 사명은 위로는 보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제도에 있다. 들추는 자의 명분이 옳다 해도 출가정신과는 배치된 술수의 극단행은 오해와 증오와 비방과 대결만 남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의 결과 종교의 성역인 성자의 호법을 두고도 불안전한 세속법에 고발해 여론재판을 받게 함으로써 결국 교계가 함께 공멸할 수 있는 위기를 가져왔다.


수행자들도 중생심을 붙들고 있으면 그대로 삼독오욕에 미혹되어 더 높고 더 크게 더 많은 것을 존재 이유로 삼게 되며 그 만큼 많이 얽히기 마련이다. 결국 이 양자들은 칼끝에 묻은 꿀을 빨다가 혀를 베인 꼴이다. 출가의 힘은 정치력이나 세속형태의 그런 개혁이 아니라 청정심의 구현이다.

 

▲강행원 화가
생사대해를 건너려면 촌각을 다투어도 어렵다. 오로지 수행정진을 통한 인격고양 없이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시비를 넘어 평등무차별한 부처님 법의 참된 동화가 절실하다. 수행의 가치가 형식보다 참 정진에 있음을 인식하여 사부대중의 마음에 간절히 사무치기를 발원한다.


yoonsan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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