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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다섯 장애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 진전 방해하는 대표적인 번뇌

다섯 장애(五蓋)란 무엇인가. 수행의 진전을 방해하는 5가지 대표적인 번뇌를 가리킨다. 쾌락에 대한 욕망(貪欲), 악한 마음(瞋), 혼침과 졸음(昏沈睡眠), 들뜸과 회한(掉擧惡作), 의심(疑) 따위이다. 이들은 마음을 오염시켜 지혜를 가로막는다. 여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명상의 진척을 기대할 수 없다. 장애에 부딪힌 대부분의 초보 수행자는 그대로 주저앉고 만다. 그러나 사념처(四念處)의 마지막 관문인 법에 대한 마음지킴(法念處)은 바로 이들에 대한 알아차림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 자체를 통찰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면 사념처 명상의 완성 단계에 이른 셈이다.


쾌락에 대한 욕망은 성적(性的) 욕구에 휘둘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출가자는 물론이고 재가자들 또한 경계해야 한다. 어찌 보면 성적 욕구란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일 수 있다. 이러한 생리적 현상 자체를 문제시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 부화뇌동하여 휘둘리는 상태에 이르러서는 곤란하다. 그것으로 인해 불안과 회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법에 대한 마음지킴에서는 바로 이러한 상태를 관찰하면서 무상(無常)의 이치를 깨우치도록 유도한다. ‘있으면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없으면 없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을 통해 일어남과 사라짐의 진리를 자각하도록 한다(DN. II. 300).


쾌락에 대한 욕망이란 본능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쉽사리 제거하거나 회피할 수 없다.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방안은 일단 그러한 현상의 발생을 인정하고서 주시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저항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력감이 느껴질 수 있다. 심지어 욕망과 하나가 되어 더욱 거세게 타오르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지긋이 초점을 모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어느덧 약화된 욕망의 틈새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드러난다. 혹은 불가항력적인 경우에는 환경을 바꾸거나 주변의 도움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변화는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다. 번뇌를 억지로 없애려는 시도는 무모한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우선 번뇌에 빠져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직시해야 한다. 이때 번뇌에 수반하여 발생하는 부차적 느낌이나 상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찌 이것을 없앨 수 있을까’라든가 ‘과연 이것이 없어질까’ ‘아니야 난 틀렸어’ ‘이번 한번만…’ 따위의 동요로 인해 마음의 중압감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려진다. 이러한 모든 상념을 내려놓고서 다만 지긋이 번뇌를 그 자체로서 응시할 때 자연스럽게 변화는 일어난다.


악한 마음, 혼침과 졸음, 들뜸과 회한, 의심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악한 마음이란 자신과 타인에 대해 품는 공격적 성향을 가리킨다. 혼침과 졸음은 몸과 마음이 둔해져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들뜸과 회한이란 미래에 대한 기대와 과거에 관한 후회로 요동치는 마음상태를 나타낸다. 마지막의 의심이란 이리저리 의심하고 반신반의하면서 어찌해야 할 줄 모르는 불안정한 마음을 말한다. 이들은 한 결 같이 넘어서기 힘든 내면의 장애이며, 여기에 지배되는 한 정신적으로 고양된 경지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임승택 교수
확고한 마음지킴(念)과 알아차림(知)은 감정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는 출구를 열어준다. 내면의 장애에 대한 통찰이 없으면 이기적 본능의 사슬을 결코 끊을 수 없으며, 자신과 타인을 위해 과연 무엇이 진정으로 이로운가를 깨우치지도 못한다(AN. III. 230). 그러나 이들 장애에 대해 분명한 자각과 인식을 갖게 되면 거기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게 된다. 마음지킴이 전제될 때 번뇌는 저절로 변화하여 깨달음의 매개로 바뀐다. 번뇌가 곧 보리(菩提)인 셈이다.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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