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부처님의 탄생과 칠보(七步)
65. 부처님의 탄생과 칠보(七步)
  • 유근자 박사
  • 승인 2012.06.0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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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형상 대신 일산으로 상징

 

▲나가르주나꼰다, 3~4세기 경, 국립뉴델리박물관

 


지난 호까지는 부처님의 과거생 이야기인 본생(本生)에 관한 미술을 주로 소개했다. 이번 호부터는 작년 한 해 동안 부처님의 일대기를 연재하면서, 한정된 시간 때문에 다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

부처님의 탄생은 불전미술(佛傳美術)의 중심 소재가 되었고, 나라마다 시대마다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화창한 봄날 친정으로 향하던 마야 왕비는 룸비니 동산에서 산통(産痛)을 느끼고는, 나무 가지를 잡고 선 채로 아기를 낳았다. 부처님의 탄생은 중생의 모든 근심을 잠재울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그 나무를 무우수(無憂樹)라고 불렀다. 남인도의 나가르주나꼰다 절터에서 발견된 ‘부처님의 탄생과 칠보(七步)’는, 나뭇가지를 잡은 채 출산하는 마야 왕비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 있는 아기 부처님이 함께 표현되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아기 부처님은 어디에 있을까? 어머니의 오른 옆구리로 태어나는 아기부처님을 표현한 간다라 불전도와는 달리, 여기에서는 아기 부처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어머니가 왼손을 허리에 대고 오른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서 있고, 그녀 옆에는 두 명의 시녀와 태어난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킬 물주전자 만이 놓여있다.


1세기 경 북인도의 간다라와 중인도의 마투라에서는 인간의 모습으로 부처님을 나타내기 시작했지만, 남인도에서는 3~4세기 경까지도 인간 형상의 부처님 표현을 주저했다. 인간 모습 대신 부처님께서 크샤뜨리아 계급임을 상징하는 일산(日傘)과 불자(拂子)가 또 다른 나무 위에 표현되어 있을 뿐이다.


한 손으로는 나뭇가지를 잡고 두 다리는 꼰 채 서서 아기를 낳는 마야 왕비의 모습은, 인도인들이 전통적으로 신앙하던 재보(財寶)와 아들을 낳게 해 준다는 나무의 여신 약시(Yakshi)와 닮았다. 전통 여신의 모습을 마야왕비에게 대입시켜 부처님의 탄생이 인류에게 행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오른쪽에 표현된 잘 차려입고 손에 천을 들고 서 있는 귀공자 풍의 네 명의 인물들은, 도솔천에서 하강할 때부터 부처님을 수호하던 사천왕이다. 간다라에서는 태어나는 아기부처님을 제석천이 받고 있지만, 남인도에서는 그 역할을 사천왕이 대신하고 있다.

 

▲유근자 박사
탄생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는 아기 부처님은, 천 위에 새겨진 7개의 발자국으로 나타내고 있다.
 

유근자 한국미술사연구소 연구원 yoogj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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