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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성제와 사회적 고-13

아뢰야식은 뉴런에 저장돼 있는 기억
수백만 년 전 경험도 모두 뇌에 남아

이처럼 뇌세포의 뉴런에는 350만년 동안 지속된 인류의 집단 경험, 한 인간이 태어나 겪거나 생각한 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저장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처음에 생각나지 않던 것이 여러 노력에 의해 생각이 나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어떤 것이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은 그 기억을 저장한 뉴런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시냅스가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서 연결시키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알라야(alaya)’란 범어는 ‘저장하다’란 의미를 갖는다. 시냅스가 연결하기 이전, 뉴런에 저장된 기억이 아뢰야식(阿賴耶識)이다. 담배를 많이 피워서 폐가 약해진 사람은 약한 폐를 가진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준다. 이것이 유전적인 업(業)이다. 2012년 지금 내 머리 속의 뉴런에는 수백만 년 전의 인류의 집단 경험, 전생의 업, 유년기의 체험, 청년기에 생각하여 체계화하여 저장한 기억들이 저장되어 있다. 이는 아뢰야식이다.


뱀을 보면 인종에 관계없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질겁하고 도망간다. 눈은 뱀을 보고 이 형상을 뇌로 전달하고, 시냅스는 수백 만 년 전부터 수렵생활을 하며 겪었던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뉴런을 연결시킨다. 이 순간 아뢰야식이 의식의 층위로 부상하는 것이다. 그 의식은 운동뉴런에 이런 정보를 전달하고 운동뉴런은 팔과 다리를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처럼 전오식(眼,耳,鼻,舌,身)을 통하여 들어온 외부 세계의 정보를 아뢰야식에서 꺼내어 종합하여 처리하는 곳이 6식인 의식이다.


인간은 태어난 직후 어머니의 젖을 빤다. 아기는 모든 것을 입을 중심으로 하여 눈과 코와 혀와 귀로 느낀 이미지로 사유한다. 이때 아기는 어머니의 젖처럼 보드랍고 따스하고 말랑말랑한 것은 빨고, 그 반대로 거칠고 차고 단단한 것은 삼키거나 뱉어버린다. 이를 프로이트는 입에 초점을 맞추어 구순기(oral stage)라 하였고, 라깡은 이미지에 초점을 두고 심상계(imaginary stage)라 하였다. 16개월 정도 지나면서 아기는 항문기(anal stage)에 접어든다. 한 마디로 말하여 똥과 오줌을 가리기 시작한다. 근육을 푸는 것이 쾌락이고 평안함이고 해방인데, 왜 아기는 몇 초나마 괄약근을 조이는 불편을 감내하는가. 어머니의 칭찬이라는 보상이 따르고, 이 단계에서 사회 속의 자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괄약근의 조임과 풀림은 일종의 은유다. 조임은 어머니의 칭찬과 아버지의 도덕 등 타자와의 관계, 혹은 사회 속의 자아를 의식하여 자신의 욕망을 억압함을 의미한다. 풀림은 욕망의 해방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이 시기에 아기는 거울을 보고 자신이 어머니 몸의 한 부분이 아니라 팔 다리가 있고 성기를 가진 주체임을 자각한다.[mirror stage] 주체를 형성하는 핵심인 성기를 아버지가 거세할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면서, 아버지, 더 정확히 말하여 아버지의 이름(the-name-of-the-father)을 받아들이게 되며, 이후 언어기호와 상징, 아버지로 상징되는 사회의 윤리와 도덕, 이데올로기를 수용한다. 다시 말해, 상징계(symbolic stage)로 전이한다. 개인적으로는 언어기호와 상징을 통하여 세계를 인식하고 자아를 형성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일정 정도의 욕망을 유보하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라깡의 지적대로, 주체는 거울 속의 대상, 아버지, 아버지 밖의 타자들로부터 오는 것이다.


▲이도흠 교수
거울뉴런을 통하여 타인, 더 정확히 말하여 타인과 나 사이의 연기적 관계를 깨닫고 이에 대응하기도 하면서, 언어기호를 사용하여 타인과 소통하면서 자아를 형성한다. 거울뉴런은 타인을 모방하고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능을 한다. 눈, 코, 입 등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정보를 자아의 틀 내에서 거울뉴런에 저장된 정보를 중심으로 시냅스로 연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제7식인 말나식(末那識)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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