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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도윤회 ⑥-아수라2

기자명 법보신문

중독된 마음, 단박에 단절 하는게 효과적
단기출가·집중명상 등 정화작업이 필요

고도의 몰입적인 경쟁심과 질투심, 그리고 편집증적 망상을 특징으로 하는 아수라의 정신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아수라의 마인드는 접촉하는 모든 대상들을 ‘나’와 ‘나의 편’, 그리고 ‘너’와 ‘너의 편’으로 구분해서 상대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와 같이 극단적인 이원적 지각을 다루는 방식은 임제 스님이 제자를 가르쳤던 ‘사요간’이라 불리는 4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인 주체로서 ‘나’도 죽이고 객체로서 ‘너’도 죽이는 기법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참고로 자아중심적인 ‘나’는 죽이고 대상중심적인 ‘너’는 살리는 타자중심의 치유법이 어떨까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수라의 마음은 극도의 자아몰입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아수라 마인드에서 ‘나’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집착의 수준이 아니라 몰입, 중독의 상태이기 때문에 ‘나’만 죽이고 ‘너’는 살리는 기법은 엄청난 저항과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즉 ‘너’의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자동적으로 ‘나’에 대한 인식이 자극될 것이기 때문이다.


뭔가에 극도로 중독되어 있을 때 서서히 단절하는 것보다 단번에 단절하는 것이 때로는 효과적일 수가 있다. 그것은 아수라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 만다라 그림에서 불을 내뿜으며 칼을 들고 계시는 관세음보살님의 모습에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즉 관세음보살님은 자비를 상징함에도 아수라의 정신세계만큼은 치유의 방편으로 따뜻한 보살핌 대신 불의 칼을 사용하고 계시다. 불의 칼은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치열하게 경쟁하고 비교함으로서 끊임없는 질투와 분노, 공격의 에너지에 휩싸인 아수라의 세계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하게 그 마음과 세계를 잘라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냥 경쟁심을 줄이고 비교하는 마음을 자재하는 수동적인 방식으로 질투와 분노, 공격의 에너지로부터 안전하게 생존하는 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어쩌면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택하는 아이들의 경우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이 하나의 좋은 실례가 될 수 있다.


즉 경쟁과 비교의 극단을 치달아 온 우리의 교육현실이 바로 전형적인 아수라의 마인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는 경쟁과 비교의 한가운데서 자신만은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비교하지 않은 채, 질투와 분노, 공격의 환경에 머물면서 생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아수라의 세계에서 경쟁과 비교를 거부하는 것은 죽음뿐이다. 즉 관세음보살님의 불의 칼로 ‘나’를 죽이고 ‘너’를 죽이는 길이다. 그럼 그 길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가? 바로 수행의 길이다. 한동안 일상의 현실을 벗어나서 ‘나’도 없고 ‘너’도 없는 세계를 꿈꾸고 가꾸는 깨달음의 길,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일반인들을 위해서는 단기출가, 템플스테이, 집중명상, 산사체험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출가 수행자들을 위해서는 장기참선수행, 만행 등을 통해 일정기간 현실적인 책임과 지위를 버리고 정신적 물질적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이다. 또한 일반인과 수행자 모두 자아의 공성(空), ‘너’와 ‘나’의 이원성을 초월하는 자아초월 심리치유, 자비명상 등의 단기 프로그램 등을 반복적으로 체험하면서 수시로 경쟁심과 질투심에 중독된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경쟁의 상대를 향한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아수라의 마음은 상대의 모든 행위를 편중되고 치우친 계산법으로 분석, 해석하느라 쉬지를 못한다. 마치 고삐 없는 맹수의 등에 올라탄 사람과도 같아서 어디를 어떻게 나아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정신없이 치닫는다.

 

▲서광 스님
그러한 사람들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의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다. 그럴 때만이 경쟁적 존재방식의 근원에서 아집과 고통을 만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것은 또한 서로 협력하고 돕는 연기적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서광 스님 동국대 겸임교수 seogwang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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