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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사성제와 사회적 고-14

은유·환유는 의식 형성하는 원리
때론 인간의 행위와 실천에도 작용

그럼, 무엇이 제7식이나 8식을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게 하는가. 인간이 대상으로부터 의식을 형성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물질로 치면 시냅스가 하는 것이고, 원리로 치면 은유(metaphor)와 환유(metonymy)의 원리가 작동한다. 인간은 두 축, 곧 은유의 축(metaphoric pole)과 환유의 축(metonymic pole)에 의해 세계를 바라보고 유추하고 낱말을 떠올리며 의미를 만든다.


어떤 사물을 보는 순간, 뉴런에 있는 사물에 대한 기억이 종합된다. 이때 시냅스는 이를 무엇과 유사한지, 아니면 인접한지, 두 기준에 의하여 기억들을 연결시킨다. ‘보름달’을 보며 그처럼 둥그런 ‘엄마 얼굴, 눈동자, 호수, 동전’이 떠오르듯, 은유는 사물을 보고 유사성의 유추를 통해 다른 사물이나 의미를 연결시키는 것이다. 반면에, 보름달에서 시간적이나 공간적으로 보름달과 관련이 있는 ‘밤, 추석, 별, 구름, 동산’ 등이 떠오르듯, 환유는 사물을 보고 인접성의 유추를 통해 다른 사물이나 의미를 연관시키는 것이다.


은유와 환유는 사물의 형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사물이 기능하고 작용하는 것도 생각하며, 더 나아가 그 사물의 고유한 속성과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의식은 상(相)에서 용(用)과 체(體)로 옮겨간다. 어떤 이는 보름달이 높이 떠서 산과 들을 비추니 보름달은 그처럼 자비의 빛을 모든 중생에게 비추는 관음보살이라고 생각한다. 달의 속성이 차고 기우는 것이라고 파악한 이들은 달의 의미를 영고성쇠(榮枯盛衰)로 생각한다. 반면에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것을 달의 특성이라 본 이들은 달의 의미를 ‘부활’이라고 생각한다. 별을 바라보면서 별처럼 생긴 ‘불가사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별이 어두운 하늘에 떠서 환하게 빛나니 ‘이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또 다른 경우에는 별빛이 변하지 않으니 ‘영원’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환유에서도 마찬가지다. 보름달에서 시간적으로 인접한 ‘밤, 추석’을 떠올리기도 하고, 공간적으로 인접한 ‘구름, 별, 동산’을 유추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보름달이 내 앞길을 환히 비추는 등불이라 하고, 또 다른 이는 보름달을 노래한 시인을 떠올린다. 모든 철학자들과 모든 시인들은 은유와 환유를 통하여 사고를 확대하고 상상의 세계를 그릴 수 있었다.


은유와 환유는 생각의 유추와 의미형성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행위와 실천에도 작용한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 <믿거나 말거나>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기이한 문화에 관한 것이었다. 블도저 같은 중장비도 없는 이들이 밀림 사이로 땅을 닦아 활주로 같은 것을 만들어 놓고 언덕 높은 곳에는 칡넝쿨 같은 것을 엮어 비행기를 만들어 놓고는 맛난 음식을 차려놓고 정성을 들여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다.


밤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이 활주로로 닦은 길가 큰 나무에 솜방망이로 불을 밝혀 경비행기가 활주로로 착각하고 착륙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원주민들이 시드니인가 근처 공항에 가서 시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해설자는 “이들은 비행기가 하늘에서 자기를 구원하라고 보낸 사자인데 중간에 백인들이 가로채가서 백인들은 잘 살고 자기들은 못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백인들에게 가로채간 우리 사자를 내놓으라고 시위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도흠 교수
이들 원주민은 비행기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짓을 하므로 이를 유사성의 유추를 통하여 하늘에서 보낸 사자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우리 어머니들이 달에게 정화수를 떠놓고 빈 것 또한 달이 땅에서 하늘을 향해 떠오르므로 달이 인간의 소원을 하늘에 전하는 사자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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