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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자애

편안하게 잠들고 깨어나는 방법

자애(慈, metta)란 무엇인가. 남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하려는 마음으로 풀이된다. 자애로운 마음은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상처받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을 유도하고 관계를 개선시킨다. 따라서 이것은 남을 보호하는 동시에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된다. 다음의 경구가 있다. “어떻게 남을 보호하면서 자신을 보호하는가. 인내와 비폭력과 자애와 연민에 의해서이다(SN. V. 169).” 자애로운 사람은 항상 개방된 태도로 자신을 다스리고 타인을 대한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억지나 강요가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여유를 지닌다.


자애는 내면의 평안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간과할 수 없는 덕목이다. 특히 이것은 분노라는 심리적 장애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권장된다(MN. I. 424). 분노는 화풀이를 당하는 사람에게도 상처가 되지만 화를 내는 당사자의 인격을 파괴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순간의 분노로 남겨진 상처와 회한은 오랜 동안 지속된다. 따라서 자애는 번뇌를 다스리기 위한 직접적인 수단으로 권장된다. “자애를 잊지 않고서 한량없이 닦아나가는 사람은 번뇌가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며 [정신적] 족쇄들을 엷어지게 한다(AN. IV. 150).”


자애의 계발은 본격적인 명상의 실천에 앞서 권장된다. 이것이 잘 닦여 있지 않으면 원인을 헤아리기 힘든 갖가지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은유적으로 묘사한다. “어떠한 집이라도 여자가 많고 남자가 적으면 도적이나 밤도둑의 해침을 받기 쉬운 것과 같이,… 자애를 통한 마음의 해탈을 닦지 않거나 반복하지 않으면 귀신(amanussehi)에 의한 해침을 받기 쉽다.… 그러나 자애에 의한 마음의 해탈을 닦고 반복하면 귀신의 해침을 받지 않는다(SN. II. 264쪽).”


자애의 결실을 일괄하면 다음과 같다. “편안하게 잠든다. 편안하게 깨어난다. 악몽을 꾸지 않는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사람이 아닌 이들이게 사랑을 받는다. 여러 신들이 보호한다. 이러한 사람은 불이나 독이나 칼이 해치지 못한다. 마음이 빠르게 삼매에 들어간다. 안색이 맑아진다. 노망하지 않고 죽음을 맞는다. 설령 꿰뚫지 못하더라도 브라흐마의 세계에 도달한다(AN. V. 342).” 이들 11가지 결실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어찌 독이나 칼로부터 해침을 당하겠는가. 설령 신이 존재하거나 내세가 있다면 이러한 사람들부터 우선 배려되지 않겠는가.


초기불교를 대표하는 명상프로그램으로서 사념처(四念處)가 있다. 이것은 몸과 마음에서 발생하는 제반 현상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모은다. 그런데 이 방식만을 고수하다보면 자칫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엄격해질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추구하는 와중에 따스한 배려의 마음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진리를 추구하는 여정에서 때로는 차가운 통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오래 지속되거나 과도해지면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결국 유연성을 상실한 채 외골수 수행자로 남겨질 위험성이 없지 않다.


과연 자신에게 자애의 마음이 충만한지 돌이켜 볼 일이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남을 사랑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선 자신에 대해 자애의 마음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부디 나에게 자애의 마음이 충만해지기를,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평안하기를, 그리하여 더욱 행복하기를…” 이와 같이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애의 마음을 굳건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임승택 교수
그리고 이것이 무르익으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확대·적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부디 그대가 괴로움과 슬픔에서 벗어나기를,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평안하기를, 그리하여 더욱 행복하기를…”
 

임승택 경북대 철학과 교수 sati@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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