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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암 스님 선지 이은 보문 선사 생애 조명

  • 불서
  • 입력 2012.06.1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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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선사’ / 보문문도회·김광식 엮음 / 민족사

▲‘보문선사’

조계종 종정을 역임했던 서암 스님이 어느 작은 토굴에서 정진중인 수좌가 보통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그 토굴을 찾았다. 소문대로 한 스님이 꼼짝 않고 정진에 열중하고 있었다. 서암 스님도 좌복을 펴고 앉았다. 그러나 그렇게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더 지났음에도 그 스님이 움직일 기미가 없자, 서암 스님은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그 스님이 일어나기에 말을 걸어보려고 하자 그 스님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앉아버렸다. 결국 말 한마디 못 붙이고 그냥 토굴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암 스님은 이후 어느 해 여름 도리사에 들렸다. 그때 어떤 스님이 똥지게를 지고 밭에 거름을 주고 있었다. 서암 스님이 무심히 절에 들어가서 법당을 참배하고 마루에 앉아 있으니 그 스님이 똥지게를 지고 들어왔다. 서암 스님은 그를 보는 순간 부끄러운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큰절을 올렸다.


‘보문 스님’. 한암 스님이 “내 상좌 가운데 선에 대한 지견이 투철한 사람은 보문이 뿐이다”라고 인정했을 만큼 선지가 분명했고 연꽃처럼 청정하게 살았던 스님이지만, 너무나 일찍 입적해 오늘날 대중들은 직접 가르침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신화 속으로 사라진 선승’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그 생애와 사상조차 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문도들이 힘을 모아 스님을 알아가는 첫걸음으로 회고록 ‘보문선사’를 출간했다.


도견, 화산, 성수, 도원, 녹원, 보성, 초우, 원명, 도문, 도성, 현해 스님 등 오늘날 조계종을 대표하는 원로 스님들이 “오래 사셨다면 종정도 하셨을 것이고 한국불교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회고할 정도로 수행정진과 판단력, 선지가 남달랐던 보문 스님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연꽃처럼 청정한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담아낸 ‘보문선사’는 그동안 전설과 구전으로 선방 수좌 스님들에게만 회자되던 보문 스님의 삶과 수행이야기를 인연 있었던 22명의 스님과 재가자들의 회고를 통해 상세히 밝히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수행력이 뛰어났고 삶이 강건했기에 내로라하는 원로 스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혼탁한 불교계를 빛낸 진정한 간화선승’이라고 입을 모았을까? 또 보문 스님과의 인연이나 옛 일을 회고한 많은 스님들이 성철 스님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화 속으로 사라진 선승이라 불리는 보문 스님.

 


몇 달 전 입적한 성수 스님은 “내가 보기엔 보문 스님이 진짜 선승이지. 그런 스님을 우리가 배워야 돼요. 그 스님은 말을 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스님이에요. 진짜 법문을 한 스님이었지”라고 회고 했고, 도성 스님은 “부산 선암사 조실 석암 스님은 율사·선사로 부산 지역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에요. 이 스님은 누구에게나 큰소리를 쳤지만 보문 스님에게는 그리 안했어요. 석암 스님은 성철 스님과 보문 스님을 높이 평했지만 보문 스님을 더 쳤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해 스님은 “보문 스님은 순수 수좌형 수행자입니다. 포장하지 않고, 하심하고, 수행 정진하는 타입”이라고 그 모습을 떠올렸다.


선사의 선지는 세간에서도 빛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보문 스님 탁발이야기는 전설처럼 전해진다. 언제나 시장통에서 거리탁발을 했던 스님을 직접 본 녹원 스님은 “대구 칠성시장에서 염불을 하시면서 탁발을 하실 때 발우를 들고 걸어가면 상인들이 돈을 막 갖다 넣습니다. 금방 돈이 차는데 스님은 그것을 자기가 쓰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줍니다. 보문 스님이 탁발을 할 때에는 상인들이 지나가다가 스님을 향해서 엎드렸죠. 기가 막히죠. 그러니깐 스님은 불보살이여”라고 직접 본 탁발 광경을 설명했다. 보성 스님도 “부산 범일동 시장에서 발우를 들고 심경만 외우고 가는데 그 발우에 돈을 넣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전하고 있다.


책에는 이외에도 보문 스님에 대한 다양한 일화가 담겨 있다. 봉암사 결사를 이끌기도 했던 진정한 수좌의 모습, 청정한 스님의 모범이 어떠한지 잘 보여준다. 혼탁한 시대에 밝은 연등처럼 빛났던 보문 스님 이야기를 통해 올곧은 수행자와 불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 있다. 2만80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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