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진화론에 대한 폭력 멈춰야
기독교, 진화론에 대한 폭력 멈춰야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2.06.25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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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일방적 요구에 교과서서 진화론 삭제
종교는 삶의 희망 줘야 믿음으로 과학핍박 안돼


“한사람이 미치면 정신병자지만 여러 사람이 미치면 종교(기독교)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의 명언이다. 그는 노엄 촘스키, 옴베르트 에코에 이어 최고의 지성으로 꼽힌다. 그에 따르면 지구의 역사는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다. 그는 책과 강의를 통해 배아, 판구조론 같은 지질학에서 분자생물학까지, 방대한 증거들을 제시하며 진화론을 과학적으로 논증한다. ‘창조론’의 무지함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기독교 성서에 따르면 지구 나이는 6000년 정도다. 1654년 북아일랜드의 제임스 어셔 대주교가 기독교 성서를 정밀하게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현대과학으로 밝혀낸 지구 나이가 45억년임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신앙 안에서나 가능하다. 논리가 부족하면 억지 주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일부 기독교에서는 수억년 전에 살았던 공룡이 사람과 함께 살기도 하고, 어떤 화석들은 아예 현존하는 생명들의 화석이 변형된 것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화석은 말을 못하니 화석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나이를 깎고 있다.

 

최근 암흑기 중세 유럽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다종교 사회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과선진진화론개정추진위라는 기독교 단체의 청원에 고등학교 과학교과서에서 진화론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단 한 번의 청원이 이룬 그들의 쾌거(?)다. 학계의 토론이나 논의도 없었다. 이번 일을 두고 교과부에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교과부가 기독교 단체의 충실한 심부름꾼이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은밀하게 진행된 이 일에 불온한 기운마저 감지된다. 그래서 장로정권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 행보의 완결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학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저명한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비롯해 세계 학자들은 유럽 중세에나 있을 법한 일이 벌어졌다고 비아냥거렸다. 과학경쟁력 세계 5위라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과학과 종교의 영역을 구분 못하는 미개한 사람들로 조롱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끊임없이 과학의 입을 틀어막았다.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지동설을 주장하던 코페르니쿠스는 불에 타 죽었고, 갈릴레이는 신념을 굽혀 목숨을 구걸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굴종으로 목숨을 부지한 갈릴레이의 탄식이 이제 우리의 몫이 돼 버렸다. “그래도 진화는 사실이다.”


불교는 진화론과 크게 부딪치지 않는다. 윤회 그 자체가 진화일 수 있고, 끊임없는 수행을 통해 붓다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진화의 과정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교과부에 현재의 진화론을 윤회로 대체해 달라는 불자는 없을 것이다.


종교는 종교로서의 영역이 있고 과학은 과학으로서의 영역이 있다. 종교는 삶에 지친 사람들의 안식처가 돼야 하고 희망을 줘야 한다. 과학에 윤리적인 기준을 끊임없이 제공해야 하는 것도 종교의 몫이다. 그런데 종교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다. 진화론 논쟁에서 보듯 대다수 사람들은 기독교의 과학에 대한 핍박을 불편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 과학적인 탐구를 방해하거나, 객관적 사실을 부정토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의 창조론은 종교적인 신념이지 과학은 아니다. 진화론은 디엔에이(DNA)와 게놈(GENOM) 같은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보다 정밀한 과학이 되고 있다.

 

▲김형규 부장
믿음과 신념은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강요는 폭력이다. 기독교의 디엔에이(DNA)에는 아직도 진화가 덜된 중세 암흑기 폭압의 흔적이 남아있다. 정부와 기독교는 이제 공교육과 과학에 대한 주먹질을 멈춰야 한다. 상식이 짓밟히고 있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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