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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사성제와 사회적 고-15

무의식 기억 시냅스 통해 말나식 형성
말나식은 시냅스 통해 의식으로 표출

이제 정리하자. 인간은 350만년 동안 진화를 해왔다. 모든 생물의 본능은 생존과 번식이다. 생물로서 인간은 생존하려 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려는 욕망을 지녔다. 이는 철저히 약육강식의 원리를 요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상대를 식별하는 오감, 상대가 나보다 강한지 약한지 판단하는 의식이다. 오감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를 감각뉴런이 모아서 연합뉴런에 보내면 연합뉴런은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상대를 판단하고, 운동뉴런은 도망가거나 상대를 잡아먹으라는 명령을 팔다리에 전달한다. 이것이 전5식이다.


이러다가 인간은 사회를 형성하면서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다. 인간은 수백만 년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하여 타인과 더불어 행하는 협조와 연대가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외려 유리함을 깨닫자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켰다.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연대다. 인간은 소통을 위하여 언어를 발달시키고, 연대를 위하여 사회 조직과 체제를 발전시켜 나갔다. 소통과 연대를 활발히 하도록 진화하면서 이를 담당하는 거울뉴런이 생겼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들과 의견을 교환하여 합의에 이르고, 언어로 표현되기 이전에 타인의 감정을 읽고 처신하는 것이 중요하였기 때문이다. 거울뉴런을 통하여 인간은 타자를 모방하여 언어를 습득하고, 타자의 희로애락을 읽고 이에 공감하게 되었다. 이때 형성되는 것이 의식인 6식이다.


시냅스가 연결하기 이전에 뉴런에 저장된 기억, 곧 인류의 집단 경험, 전생의 업, 집단무의식 등이 8식인 아뢰야식(阿賴耶識)이다. 이 아뢰야식이 나라는 몸에 근거하여 의식을 형성하는 것이 제7식인 말나식(末那識)이다. 나라는 자아의 몸에 있는 모든 뉴런을 종합하여 인간은 사물을 보고, 상(相), 용(用), 체(體)를 인식한다. 그렇게 인식한 사물의 형상과 본질과 작용을 은유와 환유의 원리에 따라 유추하며, 이에 의미를 부여한다. 이처럼 1천억 개의 뇌세포와 100조개에 이르는 시냅스가 연기적인 관계를 통해 모든 기억과 정보를 종합하고 은유와 환유의 틀로 인식하여 의식의 표층으로 나타나게 한다. 이것이 제7식이다.


UCLA의 두뇌 이미징 연구소의 에일린 루더스(Eileen Luders) 교수팀은 오랜 동안 명상을 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에 비하여 자이리피케이션(gyrification)의 양이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두뇌 피질의 주름을 말한다. 시냅스가 많아지는 것이다. 아뢰야식이 말나식으로, 말나식이 의식으로 전이하는 데 매개하는 것이 시냅스다. 물론, 씨의 구실을 하는 것은 뉴런이다. 뉴런에 담긴 기억과 정보과 씨라면, 시냅스는 이를 여기, 저기에 퍼트려 사색의 꽃이 피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란 아뢰야식 저 깊이 담겨있던 집단무의식적 기억들이 시냅스의 매개에 따라 말나식이 되고, 또 의식으로 표출되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짐승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존과 번식의 본능도 가지고 있고, 고등생물로써 고도의 뇌신경세포를 통하여 의식을 하며, 사회를 형성한 인간으로써 거울뉴런을 통하여 타인과 교감하고 소통하려 하며 더 나아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한다. 인지공학적으로 말하면, 불성(佛性)은 거울뉴런 안에 있다. 악인에게도 거울뉴런이 있기에 모든 인간에서 불성이 있다는 말은 타당하다.


▲이도흠 교수
아롸야식이 시냅스의 매개로 말나식으로, 말나식도 시냅스를 통해 의식으로 표출된다. 그러니, 본각(本覺)과 시각(始覺)은 둘이 아니다. 생존과 번식의 욕망에 들끓던 인간이 이를 중지하고 선을 지향하는 것은 거울뉴런이 타인의 고통을 알아채고 이를 나의 고통으로 삼을 때이다. 그러니, 모든 고통은 사회적이며, 사회적 고통의 출발은 타인이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ahur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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