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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진로에 대한 고민

기자명 법보신문

막연한 취업 욕심보다 자아발견 우선해야

 

▲히로나카 스님은 진로를 정할 때는 먼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Q.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서 일찍 취직하고 싶은데 부모님이 반대해요.

 

저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입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는데 부모님과 생각이 너무 달라 고민입니다.
저는 대학을 갈 생각이 없기 때문에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서 일찍 취직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꼭 인문계고등학교를 가서 대학을 가라고 하십니다. 대학졸업장을 따야 시집도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면서 말이지요.
사실 부모님이 두 분 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제가 대학을 다니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공부에 흥미도 없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성적도 아닙니다. 무엇보다 왜 대학을 반드시 가야하는지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저는 일찍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싶어요. 공부보다 일하는 것이 더 적성에 맞을 것 같고요.
그런데 아무리 말씀드려도 부모님은 꾸중만 하시고 제 생각은 전혀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으십니다. 부모님이 대학을 나오지 않았어도 우리 집은 충분히 화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왜 반드시 대학을 가야하고 그래야만 시집을 잘 간다고 생각하시는지 부모님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16세, 학생)



A. 편지를 보니 학생이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하게 자랐다는 것을 알 수가 있네요. 부모님께서 항상 학생을 걱정하면서 잘 지켜봐주고 계시겠지요?


부모는 아이를 낳아 키우며 교육을 시키는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가 컸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키우는 것이 바로 부모로서 할 일이지요.


지금 학생은 눈앞에 다가온 고등학교 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있군요. 이 시점에서 좀 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단지 고등학교 진학 문제이지만 이를 통해 미래의 모습이 바뀔 수 있거든요. 5년 후, 10년 후에 바라는 본인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아저씨 절에 다쿠야라는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다쿠야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우리 절에 왔어요. 다쿠야는 원래 공부를 싫어했었는데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하려면 고등학교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녔고 졸업도 했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원했던 직장을 잡을 수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지요.


아저씨는 다쿠야에게 3개월 동안 캐나다 밴쿠버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고 오라고 제안했어요. 더 넓은 세상에 홀로 나가 오직 자신의 힘만으로 삶을 헤쳐 나가면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오라는 의도였지요.


3개월 후, 다시 돌아온 다쿠야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우선 얼굴 표정부터 그 전과 전혀 달라졌어요. 자신감이 넘쳐흘렀지요. 다음에는 자신이 번 돈으로 다시 그곳으로 가겠다며 의욕도 넘쳤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은 곳에서 혼자 지내야하는 것을 당연히 힘든 일이지요. 그런데 다쿠야는 그곳에서 그동안의 생각을 변화시킬만한 좋은 계기가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할 수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기 자신을 찾는 자아의 발견이지요.


고등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아저씨는 고등학교 3년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가면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과 만나면서 세상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장래에 대해 꿈을 꾸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자신에게 맞는 길은 어떤 것일까? 그것을 찾기 위해 고등학교 생활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고등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에 아닙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마음에 다양한 영양소를 주고 학생들이 이를 잘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 나중에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곳이지요.


그런데 고등학교 3년만으로는 자신의 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럴 때는 대학교 4년, 혹은 전문대 2년을 더 다니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의 장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됩니다.


학생은 엄마 아빠가 고등학교만 졸업했음에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지요? 그것은 엄마아빠가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항상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면 엄마아빠가 학생에게 대학 진학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엄마아빠가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졸 학력 때문에 고생했던 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실의 어려움을 이미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학생에게는 더 넓고 열린 길을 주고 싶어서이지 않을까요?


일을 하면 당연히 그 대가로 돈을 벌수가 있지요. 그런데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할 때 학력 때문에 이를 성취하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학생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가정해 볼 때 실력은 있는데 학력 때문에 인정을 제대로 못 받는다면 안타깝지 않을까요? 혹시라도 학생이 나중에 앞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상대방 부모님에게 학력을 이유로 좋은 소리를 못 듣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요.


물론 이 세상에는 분명히 좋은 학력 없이도 잘 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나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분일 뿐, 실은 그 몇 십 배, 몇 천 배 되는 사람이 본인의 능력이나 빛을 발하지 못하고 고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학생은 가계부를 쓰고 있나요? 부모님한테 받은 용돈을 한 달 동안 어디에 썼는지, 정말 필요한 곳에다 돈을 썼는지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부모님께서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용돈을 잘 관리하면서 돈의 소중함을 느껴보세요.


지금은 무엇보다 부모님과의 진지한 대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먼저 학생이 살아왔던 15년 동안을 뒤돌아보고 그 동안 잘 키워주셨던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리세요. 그리고 그 동안 학생이 생각했던 것과, 장래에 대한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부모님이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체험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들어보세요.


그리고 가족이 함께 학생의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어보세요. 학교에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사회에 나가면 정말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은 가족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모님 의견을 잘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세요.

 

이 시점에서 학생이 지금 해야 할 일을 몇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면 좋은지, 그것을 찾기 위해서 자아발견을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일을 경험하는 것이 좋지요. 먼저 학생이 관심있는 분야를 직접 배우고 그 분야에서 활동해 보세요. 그리고 남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동참해보세요. 고아원, 양로원도 좋고 교통 안내, 장애인 도우미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히로나카 스님

2. 자신의 나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해보세요. 친구와 함께 가는 것보다는 혼자 결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좋아요. 전통놀이나 전통요리 등을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생활 속 전통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세요.


3. 부모님과 진지한 대화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눈앞에 있는 현실이 아니라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보세요.
 

번역=도서출판 토향 도다 이쿠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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