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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절만이 불교는 아니다

기자명 법보신문
  • 법보시론
  • 입력 2012.07.02 13:56
  • 수정 2012.07.02 14:01
  • 댓글 0

한마디로 조계종단이 이전투구식 야단법석의 혼란에 빠져 있다. 불교적 참회, 화쟁의 태도는 실종되었다. 어느 곳을 보아도 믿을 만한 구석은 아무데도 없다. 재속 불교 신행자로서는 난감하다. 내 눈 앞에 펼쳐진 잘못들을 지적하는 승보비방의 파계를 저질러야 할지, 아니면 입 다물고 방관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가히 승보의 위기라 할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불자가 설 땅이 없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승보란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원론적인 해석은 제쳐두자. 존경으로 떠받들어야 하는 스님들의 위상은 무엇이었나? 혼자 수행은 힘들고 함께 수행하는 일이 현실적이기 때문에 만든 것이 원래의 승단이었다. 그것은 공동체적 삶의 틀이었다. 한 개인의 결함은 서로를 지켜주는 집단생활 속에서 극복된다. 부처님께서 계율로 제시한 항목들은 이 공동체 의식의 현양과 수행을 위하는 일이었지 출가한 승려들의 성스러움의 표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공동체에는 재가 신행자도 들어 있었다.


이번 개혁안 속에는 재가자들의 참여가 포함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놓고 다행이라고 하며 승단의 안정을 기하고 재가불자의 입지를 굳히면 될까? 지금 재가 신행자들이 느끼는 곤혹스러움은 깊고 승단행정에 참여시켰다 하더라도 의구심 역시 깊다. 또 언제 돌출할지 모를 파행들은 뿌리가 깊고 재가 신행자들을 동참시켰다고 해서 극복될 문제도 아닌듯하다. 다시 전면적으로 승가공동체의 현장을 보자. 그리고 기대감에 찬 시선으로 스님들만 쳐다보거나 장엄된 절을 들락거리며 신앙심을 만족시키는 일을 유보하자. 무엇보다 재가 신행자인 우리 자신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불교를 담고 있는 것은 스님과 사찰만이 아니다. 우리 신행자들 자신이 불법을 담고 있으며 신행 현장은 자신에게서 일어난다. 내가 믿고 따르지 않으면 불법은 없다. 불법은 나에게서 이루어진다. 불성이니, 깨달음의 문제는 잠시 접어두자. 내 손에서 이루어 질 자그만 선행, 간단한 수행 하나마저도 절에 계신 스님들께 달려가야만 이뤄지는가? 재가 불교 공동체 설립도 생각해 보자. 이미 여러 형태의 재가 불교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우리는 재속 신행인의 입지를 너무 무시해 온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을 사찰의 종속물로 간주하고 일정한 스님을 따라야만 불교를 믿는 것으로 여겼다. 이토록 전통에 끄달릴 필요가 있을까?


근래 외국인들 중에는 우리 큰스님들에게서 수행을 받고 자신의 나라에 돌아가 새로운 형태의 승가를 운영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를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를 살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서양 도반들의 증언적인 말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스티픈 벳츨러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적인 수련이 그 사람에게 잘 맞는 것이라면 그 방법을 지속하라고 권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경우, 그리고 대다수의 경우 전통적 수행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을 자신의 언어, 시대의 틀 속에서 활용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할 필요를 느낀다. 나는 더 이상 전통적 스승의 발밑을 찾아 앉을 이유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잭 콘필드는 이렇게 증언한다. “우리는 어떻게 오늘의(미국적)삶속에서 수행 실천할 것인가? 실천 수행은 세속에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마련하는 일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혜를 찾는 일이다. 한 가장으로서 수행하는 삶을 살고, 직장인으로 불법의 깊은 경지에 이르기를 원한다. 동굴(사찰) 속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 속에서 실천, 수행하는 것이다.” 수행을 좇는다는 면에서 승려이기도 하고 동시에 재가신자이기도 한 것이다. 기왕의 승가 변혁도 불러올 수 있다.


▲이민용 원장
이제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고 삶의 양태에 충직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 말씀이 융통성 있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라면 불법은 이런 모습으로도 수용되고 변모될 수 있다. 사찰과 승려만이 불교의 담지자는 아니다.
 

이민용 한국불교연구원장 minyong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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