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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유대교 사원을 방문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소개절차로 어색함 해소
토론을 통한 경전공부도

 

▲유대교 법당 경전반 사람들.

 


새벽 예불 중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마지막으로 하는 축원이다. 축원은 주지 스님이나 예불을 집전하는 지도자가 한다. 축원카드는 주소와 이름이 적혀있는 명함이다. 명함철에 명함을 꼽아 이 시간에 읽음으로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눈다. 개인적으로 수행의 공덕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각자가 소리 내서 축원한다. 대부분이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과 아픈 사람들에 대한 기도이다. 참 신기하다. 이런 생각을 내다니.


오늘은 무진 스님과 함께 스님이 설립한 더글라스 재단의 회계사를 만났다. 스님이 재단을 운영하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스님의 외삼촌은 미국에서도 부유층들이 사는 비버리힐즈에 사시던 분으로 자식이 없었다. 돌아가시기 전 모든 재산을 스님에게 일임하였고 스님은 복지재단을 만들었다. 회계사와 변호사를 두고, 방글라데시, 미얀마, 캄보디아, 인도 캘커타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건립하고 교육환경 개선에 필요한 자제를 후원했다. 신체가 불편한 어린이·청소년에게 수술비 후원, 미얀마 스님들의 생활용품을 제공하는 등 국외 활동뿐만 아니라 올해는 국내의 가출청소년들을 위한 학교에 수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것이 스님이 이곳 LA에 매년 오셔야 하는 이유이다.


스님의 회계사 줄(Jules)은 유대교인이라고 한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 말은 들어보았지만 유대교인을 만나기는 처음이다. 그들은 종교생활을 어떻게 할까? 그는 나이가 70이 넘었지만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얼굴표정이 아주 온화하고 예의가 바르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고 서쪽으로 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선사의 답과 같다. “어떻게 수행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수행은 “삶에 충실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잘하는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기에 저런 대답이 나올까?


내가 유대교에 관심을 가지니 무진 스님께서 비버리힐즈에 있는 유대교 사원으로 나를 안내하셨다. 랍비의 가르침인 ‘탈무드’를 읽을 때의 감동을 안고 들어선 사원내부는 간소했다. 하지만 인상적인 것은 의자가 토론을 하고 있는 형태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마침 경전공부 시간이 있다고 하여 참여를 허락받았다.


이 모임은 수요일 경전반으로써 모여서 그들의 경전인 ‘토라(Torah)’의 구절을 읽고 토론하고 랍비가 설명해주는 식이다. 놀랍게도 내가 신비하게 생각하는 랍비(rabby)는 여자였다. 그녀는 강하면서도 지혜로워 보였다. 그녀가 간단히 나를 소개하고 내 자신을 소개할 시간을 주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소개를 하게 했다. 소개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주는 묘한 기능이 있다. 오늘의 주제는 왜 이방인을 억압하면 안 되는가에 대한 토론이었다. 유태인이기에 겪어야 했던 불평등과 어려움에 대한 경험을 서로 나누고 그러기에 이방인들에게 잘 해주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진지한 토론을 통해 경전의 내용을 생활 속에 실천하고자 하는 강한의지가 보였다. 이들은 억압에 대한 보복보다는 관용과 수용으로 미국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 분포한 유태인의 수는 0.2%인 1,700만여 명이다. 하지만 금세기 최고의 과학자인 아인슈타인, 세계적 금융인 조지 소로스,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세계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과 같은 위대한 인물들을 배출했고, 미국 명문대학 아이비리그 학생의 30%,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3%, 미국 억만장자의 40%를 차지하는 민족이다.


▲자우 스님
잠깐의 참여를 통해서 느낀 점은 이들은 항상 진지하게 질문하고 탐구하고 토론한다는 것이다. 이런 토론의 문화야말로 0.2%에 불과한 유태인들이 전 세계 자본의 중심에 서게 된 비밀이 아닐까? 부처님께서도 승가가 모이면 언제든지 법에 대한 토론을 하라고 하셨다. 우리 한국불교가 건강하고, 힘 있는 불교로 거듭나기 위해서 어디에서든 법에 대한 열띤 토론이 많이 이루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소중한 방문이었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jawoo7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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