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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일월의 비유

기자명 법성 스님

차별·증감 없는 부처님 지혜 상징

이 비유는 정법화경과 범본 법화경 제5 약초유품에 나온다.


‘…부처님께서 다시 대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가르침은 평등하여 교화함에 차별이 없느니라. 비유하자면 마치 저 해와 달이 두루 천하를 밝게 비추되, 그 광명 밝거나 어둡거나, 높고 낮음, 깊고 얕음, 좋고 나쁨, 향기나 악취 가리지 않고 차별과 특별함이 없느니라. 부처님도 또한 이와 같아, 지혜의 광명으로 일체 오도(五道)에서 생사 윤회하는 보살 연각 성문을 두루 비추되 지혜에 조금의 증감도 없느니라. 그 마음에 따라 각기 이해하는 바 만큼 각기 그것을 얻느니라. 본래 삼승은 없지만 수행의 인연으로 인해서 생겨나느니라.”…’


정법화경에서는 산문에 해만 나오지만 운문 게송에서는 일월이 나오며, 범본에서는 산문에도 일월의 비유가 나온다. 마치 해와 달이 모든 사물을 비추되 그 모양이나 특성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비추는 것과 같이 부처님도 저 태양과 달처럼 생사 윤회하는 일체 중생들에게 지혜의 광명을 비추되 조금의 차별이나 증감도 없음을 밝힌다. 다만 중생들의 능력에 따라서 자신들 마음의 크기만큼만 받아들인다고 설한다. 여기서 부처님의 지혜를 일월에 비유하고 있다. 약초유품 운우의 비유와도 유사하다. 하늘에서 내리는 감로수는 조금도 차이가 없지만 중생들은 그 마음의 크기만큼만 그 비를 받아들이고, 성장한다는 비유이다. 감로의 비가 해와 달로 대체되어 설해진다.


조선시대 초기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도 이 비유와 거의 유사하다. 1446년(세종28년) 3월 소헌왕후 심씨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 수양대군이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부처님의 일대기인 ‘석보상절’을 한글로 지어서 아버지인 세종대왕께 바친다. 이 글을 보고 세종대왕은 큰 감동을 받고, 직접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찬불가를 짓게 된다. 시의 형식인 운문으로 상, 중, 하 3권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찬불가를 짓게 되는데, 상권은 194곡으로 되어 있고, 중권은 일부만 남아 있고 하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총 582곡 정도로 추정된다. 월인석보에 실린 찬불가까지 합쳐 현재 남아 있는 곡은 440곡에 이르고 있다. 세종대왕은 1446년 음력9월 상순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래에 최초로 선택한 한글이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이다. 또한 책의 표지에 자신이 불교신자임을 명시하고 있다. 월(月)은 부처님의 지혜를 뜻하고, 천강(千江)은 중생세계를 의미한다. 곧 부처님의 지혜 혹은 자비가 중생세계에 차별 없이 비춤을 ‘월인천강지곡’이라는 찬불가로 표현하고 있다. 부처님의 자비심은 언제나 한결같지만 중생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생들 스스로 마음 그릇에 크기만큼 받아들인다는 비유이다.


일월의 비유와 유사한 내용이 일월오봉도이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란 한자어 그대로 달과 해 앞의 다섯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이란 뜻이다. 대한민국의 만원 권(신권)에 세종대왕 뒤로 이것이 그려져 있으며, 조선시대의 왕실 병풍으로 주로 쓰였다. 왼쪽엔 달, 오른쪽엔 해가 떠있는 특이한 배경에다 폭포가 두줄기 흐르는 다섯 봉우리의 산과 맨 앞 좌우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로 이루어져 있다. 일월오악도(日月五岳圖)나 일월곤륜도(日月崑崙圖)로도 불리지만 대부분 일월오봉도라고 많이 부른다. 이 그림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시경의 천보라는 시의 내용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해와 달은 음양 곧 왕과 왕비를 상징하며, 다섯 봉우리는 오행 곧 세상을 전체를 상징한다. 그리고 폭포수는 국왕의 공덕이 온 세상에 두루 펼쳐진다는 의미이다.


조선 전기에는 그림에 해와 달을 그려 넣지 않았고 대신 그 모양을 본뜬 거울을 만들어 병풍 앞에 늘어뜨렸다고 한다. 이것을 일월경(日月鏡)이라 한다. 그림에 해와 달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은 영조 이후라고 한다. 병풍은 임금이 죽으면 함께 합장하고, 새로운 왕이 즉위하면 새로운 그림을 만든다. 일월오봉도는 주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의 어좌(御座) 뒤에 배치되었다. 또한 그냥 병풍만이 있을 때 에는 완성 된 그림이 아니며, 왕이 앉아 있어야만 비로소 그림이 완성된다고 한다. 이 그림은 왕권을 상징하며,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법성 스님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이나 왕실에 있던 일월오봉도에 모두 달이나 해가 등장한다. 법화경 일월의 비유와 일맥상통한다. 세상의 평화와 행복의 염원이 담겨 있고, 오늘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물론 현재 진행형의 염원이다.
 

법성 스님 법화경 연구원장 freewhee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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