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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내세론

기독교 내세는 신의 판단에 좌우돼
불교, 업에 따라 결정…변화도 가능

내생이 있는지 없는지는 엄밀히 말해 죽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종교는 저마다 내세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불교와 기독교도 사후에 존재하게 될 내세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불교와 기독교의 내세관을 살펴보면 여러 가지 차이점이 발견된다.


우선 기독교의 내세관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분 구조로 이뤄져 있다. 기독교의 신 야훼가 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부터 이미 천국과 지옥을 만들어 놓았고, 인간은 야훼신의 의지에 따라 둘 중 한 곳에 태어나도록 정해져 있다. 인간 이전에 이미 상과 벌의 장소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기독교에 있어 천국과 지옥은 엄격한 대칭 구조를 이룬다. 다른 세계는 없고, 오직 천국과 지옥만이 존재할 뿐이다. 또 기독교의 내세는 철저히 야훼신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인간들이 이생에서 살다가 목숨을 마치게 되면 누구든 야훼신의 심판을 받게 되고 그 판단에 따라 천국과 지옥이 결정된다. 살아서 지은 선행과 악행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기독교의 내세는 사람들이 저지른 선악의 행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신의 마음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결국 신 앞에서 악인도 얼마든지 천국에 갈 수 있고 선인도 지옥에 갈 수 있다. 기독교의 내세는 한번 태어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인간이 죽어 심판을 받고 천국과 지옥에 태어나면 영원히 그 곳에서 살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예수가 재림해 새로운 세상이 창조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천국과 지옥은 한번 태어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신에 의해 한번 창조된 인간은 육체적 죽음과 동시에 천국과 지옥이라는 공간으로 이어져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 생을 지속해야만 한다.


기독교의 내세는 용서와 기회가 없다. 단 한번 신과 예수를 믿지 않았다는 죄로 언제까지나 흑암과 유황불의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쳐야만 한다. 아무리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신을 향해 용서를 빌어도 신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다. 인간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신이 왜 이토록 인간을 용서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비해 불교의 내세는 다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불교의 내세는 누가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따라 정해진다. 여기에는 지옥과 아귀, 축생, 인간, 수라, 천상 등 여러 가지 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 마치 검은 색과 흰색사이에 수많은 회색들이 존재하듯 불교는 다양한 형태의 내세를 지니고 있다. 또 불교의 내세는 사후 심판설을 부정하고 업에 의해 결정된다. 업은 인간들이 짓는 모든 행위로, 사후에 좋은 곳에 태어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는 신의 뜻이 아니라 업에 따른 것이다. 마치 절벽을 향해 공을 던지면 공은 던진 힘과 방향, 공기의 저항 정도에 따라 정확하게 튀어 오르듯 내세도 그와 같은 법칙으로 결정된다.


이와 함께 불교의 내세는 되풀이되는 구조를 지닌다. 업에 따라 내생이 결정되고 그 업이 다하면 다시 다른 곳으로 태어난다. 불교에서 볼 때 인간은 과거에 천상과 지옥을 모두 경험했고, 앞으로도 그와 같은 길을 끝없이 걸어야 한다. 어떤 곳이라도 영원한 장소가 아니며 언젠가는 버리고 떠나야 할 여관과도 같은 곳이다. 그런가하면 불교의 내세는 희망과 기회가 있다. 큰 죄를 지어 지옥에 떨어졌다고 해도 언젠가 그에 대한 과보가 끝나면 지옥으로부터 벗어나 좀 더 나은 차원의 세계로 향한다. 또 지옥에서라도 그 죄를 뉘우치고 선업의 원을 세우면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받게 된다.


▲이제열 법사
그러나 기독교에 비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천국이건 지옥이건 자신의 노력에 의해 모조리 없애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해탈과 열반은 내세의 종식이며 존재의 소멸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절대자유의 세계이다. 천국과 지옥으로 한정된 기독교의 내세에 비해 불교의 내세는 이렇게 희망과 선택이 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열 법사 유마선원 원장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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